항공과 해운산업이 주력인 한진그룹에게 IMF외환위기는 그야말로 청천벽력 같은 충격이었다. 여타 산업에 비해 업종 특성상 외부 경영 환경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환란 이후 달러가치의 급등은 회사에겐 치명적이었다. 항공기 및 선박 구입을 위해 대규모 외환차입이 필요하고 환율변동에 따라 부채 및 상환금 규모다 수천억원씩 변하는데다, 비용의 30% 가량을 차지하는 연료구입에 달러가 필수적인 탓에 한진그룹으로선 절박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진그룹은 수송물류 전문화에 박차를 가했다. 환란 당시 그룹의 수송 전업도는 70%였으나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업종 전문화를 추진, 현재 95.3%까지 끌어올렸다.
또 초긴축재정을 펼쳐 제반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했다. 당시 그룹은 ‘제로 베이스’비용 관리를 실시, 운영비용을 최대 50%까지 절감했다. 비용 사전 심의제를 펼치고, 비수익 노선의 과감한 축소 및 폐지로 경쟁력을 강화했다.
위기는 곧 기회인 법. 회사는 경비절감 정책과 함께 정비, 운항 등 안전 운항에 대한 시스템 투자를 강화했다. 우선 대한항공은 신형 항공기 도입에 박차를 가했다.
2000년에는 에어프랑스, 델타항공, 에어로멕시코 등과 함께 국제항공동맹체인 ‘스카이팀’을 주도적으로 결성, 글로벌 항공사로 거듭나기 위한 교두보를 확보했다. 한진해운도 중국, 일본, 대만 등과 세계 최대 해운제휴그룹인 ‘CKYH동맹체’를 맺었다.
내실경영도 한 몫을 했다. 한진은 평소 고가의 항공기와 선박을 임대 대신 구매로 돌렸던 것이 큰 자산으로 돌아왔다. 외환위기 당시 대한항공이 보유한 항공기는 112대. 이중 임차는 14대에 불과했다.
대한항공은 보유 항공기를 판매 후 재임대하는 방식으로 자금 운용에 숨통을 텄고, 항공기 6대를 매각함으로써 2억2,800만 달러를 국내 은행에 예치해 정부의 외환위기 타개노력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어려울 때마다 사측과 공동전선을 펼친 노조의 도움도 컸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최근 미국의 미국의 명문 MIT 경영대학원 슬론(SLOAN) 펠로우 학생들이 유수의 항공사를 뒤로 하고 대한항공을 방문한 것은 그룹의 위기경영전략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환란 10년이 지난 지금 대한항공은 글로벌 톱텐을 바라보는 메이저 항공사로 성장했고 한진해운도 세계적 선사로 태어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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