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증권업계에서 일어난 가장 큰 변화를 꼽는다면 그간 주식 위탁매매에 수익구조를 전적으로 의존해온 증권사들이 자산관리라는 새로운 시장에 눈을 떴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미래에셋금융그룹이 있다.
2007년은 박현주 회장이 불과 마흔의 나이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설립한 지 꼭 10년째 되는 해다. 그는 일반인들에게 펀드라는 개념조차 낯설던 1999년 자신의 이름을 딴 500억원 규모의 ‘박현주 1호 펀드’를 출시, 판매 시작 2시간30여분 만에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고, 이후 90% 이르는 연 평균 수익률을 올려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2001년 선보인 국내 최초의 개방형 뮤추얼펀드인 인디펜던스펀드와 환매수수료가 없는 선취형 뮤추얼펀드인 디스커버리 펀드도 새로운 투자처를 찾던 고객들에게 간접투자라는 새로운 지평을 보여준 상품이다.
국내증시의 저변확대에 결정적인 공헌을 한 적립식 펀드 열풍에서도 미래에셋은 선도적인 역할을 했다. 이제는 증권가의 명물이 된 여의도 사옥 앞의 바늘 없는 시계처럼 시간을 잊고 미래에 투자하라며 2004년 선보인 ‘3억 만들기’ 적립식 펀드는 국민들에게 증시가 더 이상 투기꾼들의 놀이터가 아니라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재산증식의 장임을 일깨워준 소중한 상품이었다.
박 회장은 최근 대부분의 시간을 중국, 인도, 베트남 등 해외에서 보낸다. 세계적인 투자은행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는 친디아 시장에 널려있는 투자기회를 국내 고객들에게도 제공하고 싶어서다. 미래에셋은 이를 위해 국내증시가 바닥을 기고 있던 2003년 12월에 이미 홍콩에 운용사를 설립했으며, 싱가포르 베트남 등에도 잇따라 현지법인을 만들었다.
이 같은 공격적인 투자는 최근 미래에셋맵스가 상하이 푸둥 지역의 오피스빌딩 투자를 통해 단기간에 3배 가까운 수익을 거두며 또 다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래에셋은 조만간 한인 교포들이 많은 미주 지역에서도 자산관리를 중심으로 증권사 영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처럼 지난 10년간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걸으며 국내 증권업의 역사를 새롭게 써온 까닭에 종합주가지수가 1,700시대를 열고 자본시장통합법의 통과를 앞둔 요즘 증권가의 시선은 다시 미래에셋의 행보로 쏠리고 있다. “금융업은 빛이 있을 때 항상 보이지 않는 어둠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해온 박 회장의 눈은 지금 어디를 보고 있을까.
전성철 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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