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1위의 현대그룹은 1997년 외환위기가 불어 닥치면서 몰락위기를 맞는다. 이라크 미수금 등 국내외 대규모 미수금, 해외 사업 위축, 대북투자 등으로 인한 부채가 5조원에 이르렀기 때문. 게다가 경영권 분쟁으로 인한 현대그룹의 대외신인도가 추락하면서 부도설마저 나돌았다.
'알토란' 계열사였던 현대건설도 예외는 아니었다. 현대건설을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1947년 설립한 현대그룹의 모기업으로 상징성 강한 기업이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현대건설은 흑자 행진을 지속하며 쾌속행진 중이었지만 그룹의 위기는 현대건설을 벼랑 끝으로 몰아 넣었다.
결국 건설명가 현대건설은 2001년 채권단에 경영권이 넘어가 워크아웃 절차를 밟는 운명을 겪어야 했다. 당시 현대건설의 성적표는 2조9,000억원의 적자에 4조4,000억원의 부실을 떠안은 자본 잠식 상태.
현대건설은 우선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이라크 미수채권 16억5,492만 달러를 상환 받기 위한 노력을 벌였다. 그 결과 이라크로부터 2005년께 6억8,000만 달러를 주겠다는 약속을 받아 냈다. 이를 계기로 재정 건전성이 강화되고, 해외건설시장에서 대외 신인도를 제고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2000년 당시 세계 최대 규모인 이란 사우스파 가스 처리시설 공사를 세계 최단 기간인 35개월 만에 준공하면서 국제적 주목을 받았고, 해외 수주도 잇따라 따냈다.
지난 해에도 카타르 13억달러 규모의 가스 플랜트 공사와 7억 8,000만원 달러 규모의 사우디 쿠라이스 지역 가스처리시설 공사 등을 따내 세계적 기술력을 인정 받고 있다.
비록 유동성 위기를 맞았지만, 시공능력에 관한 한 현대건설을 따라 올 기업은 국내엔 없었다. 현대건설은 워크아웃 기간 중에도 청계천 복원 공사를 비롯해 국내 최대 컨벤션 센터인 아셈타워 공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해냈다.
특히 올해 2월에는 국내 최대 발전 규모인 1,400㎿급 원자로 설비 2기를 신설하는 신고리 원전 3,4호기 공사를 수주하는 등 굵직한 국내 토목 공사 등을 휩쓸고 있다.
현대건설은 피나는 노력으로 지난해 매출액 5조원에 순이익 3,900억원을 기록했다. 특유의 기술력과 응집력으로 워크아웃도 빨리 졸업했다. 현대건설 이종수 사장은 "현대건설은 항상 불굴의 의지로 위기를 극복해 왔다"며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을 통해 국민에게 사랑 받고,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리더로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형영기자 promethe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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