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외환위기로 직격탄을 맞아 휘청거릴 때 흔들리지 않고 국내 경제를 지킨 곳이 농협이었다. 시중은행들이 외환위기로 외자유치와 공적자금 투입 등으로 간신히 버텨낼 때 농협중앙회는 부실한 지역 단위농협을 지원하면서 흑자경영까지 유지했다. 지금도 외국인 지분 한 푼 없는 순수 토종자본을 유지, 농업인을 비롯한 국내 금융산업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특수은행으로 시중은행과 따로 분류되지만, 외환위기 당시 총자산 50여조원으로 국내 최대 규모였다. 외환위기 이후 시중은행들이 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워 나가면서 4위로 밀려났지만, 지금도 지역 농협과 합치면 300조원이 넘는 자산에 5,000여개의 지점으로 최대 규모 네트워크를 자랑하는 국내 금융계의 숨은 강자다.
농협중앙회 자체도 2000년 축협중앙회와의 합병 외에 큰 인수ㆍ합병 없이도 꾸준히 규모를 키워 지난해 말 총자산 155조원으로 외환위기 이후 100조원 가량 자산을 늘렸고, 지난해에는 당기순이익이 1조546억원을 기록, ‘1조 클럽’에도 처음 가입했다.
외환위기 당시에도 외채상환 금모으기운동을 주도하는 등 공익적 역할을 톡톡히 수행해온 농협은 이 같은 금융업의 수익을 농업생산 지도, 농축산물 유통사업 지원, 농업경쟁력 향상 등에 활용하며 농업인의 곁을 지키고 있다.
지난해 말 농협 예수금으로 16조원을 조성해 농업정책자금으로 지원하고 있고 농작물재해보험, 농촌 정보화사업 등 다양한 농촌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 시중은행들이 수익성 없어 꺼리는 학자금 대출에도 주도적으로 참여, 지난해 말 총 1조6,251억원 중 41%인 6,575억원을 취급하는 실적도 올렸다.
농업인의 복지 향상에도 적극 나서 문화복지재단을 통해 농촌의료지원사업, 농촌장학사업 등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총 26만여 명의 농업인 자녀들에게 911억원 가량의 장학금이 지급됐다.
농협은 앞으로도 농업생산에 필요한 자금을 차질 없이 지원하기 위해서 보험 카드 증권 등도 아울러 키워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금융산업이 대형화ㆍ복합화하는 추세에서 다른 금융기관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는 농협도 ‘규모의 경제’가 불가피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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