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S-Oil)은 외환위기 이후 10년 동안 가장 큰 변화를 겪은 정유사다.
먼저 수익성이 크게 향상됐다. 1976년 쌍용양회로 출발, 이후 쌍용정유로 이름을 바꿔 성장해온 이 회사는 91년 사우디아람코에 지분 35%를 매각, 외국인 투자를 받아들인 뒤 무엇보다 고도화 설비(중질유분해탈황시설ㆍBCC)에 집중 투자했다.
고도화 설비란 값이 싼 벙커C유를 다시 가공, 휘발유나 등ㆍ경유를 만드는 설비로 투자비가 일반 정유 설비의 10배를 넘는다. 일명 지상유전(地上油田)으로도 불리는 고도화 설비는 등ㆍ경유를 주로 생산하는 '수소첨가분해시설'과 휘발유를 주로 생산하는 '접촉분해시설', 고유황 벙커C유를 처리해 저유황 벙커C를 생산하는 '벙커C탈황시설' 등을 포함한다.
91년부터 시작된 BCC 건설은 97년4월 1차 완공에 이어 2002년 제2 벙커C탈황시설 완공으로 이어졌다. 이후 에쓰-오일은 고부가가치 제품의 본격 생산 체제에 돌입, 생산 전 제품을 경질화 및 저유황화함으로써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높은 경쟁력을 갖춘 정유사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이러한 체질 개선을 통해 에쓰-오일은 지난해 매출 14조5,559억원, 영업이익 9,257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1997년 매출이 5조3,207억원, 영업이익이 6,863억원에 그쳤던 것을 감안하면 수익성이 크게 높아진 것이다.
올 1분기엔 매출 3조3,429억원, 영업이익 3,844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11.5%에 달하는 깜짝 실적을 내 놓기도 했다. 에쓰-오일은 규모 아닌 수익성 면에서 가장 탄탄한 정유사로 평가받고 있다.
에쓰-오일은 지난 10년 동안 대주주 구성도 크게 달라졌다. IMF 체제에서 유동성 위기에 몰린 쌍용그룹은 1999년12월 쌍용양회가 보유하고 있던 쌍용정유 지분 28.4%를 회사측에 9,000억원에 매각했다.
이후 자사주 형태로 보유돼온 회사측 지분은 지난 3월 한진에너지에 다시 매각(2조1,581억원)됐다. 이에 따라 한 때 쌍용그룹 계열사였던 에쓰-오일은 이제 사우디아람코(35%)와 한진의 합작사로 바뀌었다.
에쓰-오일은 후발 주자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내수 시장에서 유통망 확보에 치중하던 다른 정유사와 달리, 고도화 설비로 승부하는 전략을 택했다.
나아가 해외시장 개척에 주력, 수출과 내수의 조화를 통해 국내외 영업환경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도 갖췄다. 지난해엔 총 매출액의 60%에 달하는 90억 달러를 수출을 통해서 올렸다. 에쓰-오일이 앞으로도 경영 환경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지 주목된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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