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또 미국의 신경을 긁고 있다. 사사건건 미국에 시비를 걸던 차베스가 이번엔 선진8개국(G8)정상회담에서 미국과 러시아가 미사일방어(MD) 문제로 날카롭게 대립하는 와중에 러시아와의 군사협력 강화를 선언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6일 카라카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는 러시아가 베네수엘라와 남미지역으로의 진출을 확대하기를 희망한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에너지 및 군사부문에서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 협력방안으로 AK-103 소총과 탄환을 생산하는 공장 건설을 제시했다. 베네수엘라는 지난해 AK-103 소총 10만정과 Su-30 수호이 전투기 24대, 헬기 30대를 도입하는 등 2005년 이후 총 30억달러 규모의 러시아산 무기를 도입키로 계약했다.
남미 대륙에서 러시아와의 군사협력 강화는 미국에게는 골칫거리임에 분명하다. 러시아도 미국이 동유럽 MD체계 구축을 본 따 베네수엘라에 비슷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차베스 대통령은 미국의 동유럽 MD 구축계획에 대해 “계획은 분명히 러시아를 에워싸고, 중국과 이란에 적대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미국이 미치면 어떤 미친 짓도 할 수 있다”고 맹비난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이와 함께 ‘미주를 위한 볼리바르대안(ALBA)’에 참여하고 있는 베네수엘라, 쿠바, 니카라과, 볼리비아가 미국에 맞서는 공동방어조약을 체결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사회주의 무역기구로 출범한 ALBA가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라면 “군사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면서 “지금이 공동방어 전략을 마련해야 할 시기로 본다”고 말했다. ALBA는 차베스 대통령과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사회주의 이념을 실천한다는 목표로 출범시킨 국제기구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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