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선관위 결정에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렸다.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따른 대통령의 정당한 반론조차 선거중립 의무 위반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이번 결정에 대한 공식 입장 발표에서도 형식적이나마 선관위 결정을 ‘존중한다’거나 ‘수용한다’는 표현을 하지 않았다. 대신 이번 결정이 ‘매우 유감스럽고 납득하기 어렵다’고만 밝혔다.
청와대가 그간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 내려지면 헌법소원 등의 쟁송 절차를 밟겠다’고 공언한 점을 감안하면 말 그대로 이젠 법적 대응 수순에 들어가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2004년 3월 선관위가 같은 수위의 조치를 취했을 때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지만, 헌법기관인 선관위 결정은 존중한다”고 표현한 것에 비하면 반발 강도가 한층 거세진 것이다.
다만 언제 어떤 방식으로 법적 대응을 할지는 신중히 고려하고 있다. 구체적인 처벌 조항이 명시된 것이 아니라 “앞으로 이런 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유의해달라”는 권고성 규정이기에 합당한 법적 대응이 어떤 것인지 각계 의견을 청취한 뒤 결론을 내리겠다는 것이다.
일단 현행법을 어겼다는 판단이 내려진 만큼 이를 무시하고 즉각적인 법적 절차에 들어갈 경우 오히려 비판 여론에 직면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내부적으로는 헌법소원과 권한쟁의심판청구 등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헌법소원의 경우 대통령이라는 ‘국가기관’은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어 헌소를 제기할 경우 자칫 법리적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청와대측은 헌법소원보다 권한쟁의심판청구 쪽에 비중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한쟁의심판은 국가기관 간 권한의 다툼이 생긴 경우 헌법재판소가 그 분쟁을 해결하는 심판 제도이다.
청와대는 국가공무원법에 ‘대통령은 정치인이고 정치활동의 자유가 있다’는 조항을 앞세워 공무원의 선거활동을 금지하면서 정치적 중립 의무를 규정한 선거법과 충돌하는 부분을 헌재를 통해 가려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노 대통령도 “세계 어느 나라가 대통령의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있느냐.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가 하는 대로 대통령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가 선관위 결정에도 불구하고 강경 입장을 굽히지 않는 것은 대선 정국을 겨냥한 측면이 강하다. 선관위 결정을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앞으로 대통령의 정치적 발언권이 제약 당해 대선 정국에서의 역할이 축소됨은 물론 레임덕(임기말 권력 누수) 현상을 초래할 것이란 위기감에 따른 것이다.
노 대통령의 정치적 행보가 자유스러워야 한나라당과 대립각을 세울 수 있고, 이를 통해 대선 정국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판단을 하는 것 같다.
한편 노 대통령은 이날 정상적으로 공식 행사 일정을 모두 소화했으며, 선관위 결정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