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격심했던 금융 구조조정의 역사가 집약된 곳이 다름아닌 우리은행이다. 외환위기로 존폐 위기에 몰렸던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의 합병을 모태로 한 우리은행은 정리해고, 공적자금 투입 등 격심한 시련을 딛고 지금은 글로벌 금융산업을 이끌어나갈 은행 빅3의 하나로 탄탄한 입지를 굳혔다. 하지만, 공적자금 투입으로 정부가 여전히 대주주로 남아있어 외환위기의 상흔이 가시지 않았다.
외환위기로 은행에 칼바람이 불던 1998년,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의 합병 결정은 국내 은행 합병 1호이자, 당시 최대 규모 은행의 탄생이었다. 하지만, 당시 두 은행의 총여신 60여조원 중 불건전 여신이 14조원일 정도로 이들 은행의 합병은 부실과 부실의 만남이기도 했다.
두 은행이 합병해 99년 1월 총자산 102조원으로 한빛은행이 문을 열었지만, 1만7,000여명의 직원 중 4,000여명이 은행을 떠났고 100여 개의 점포가 문을 닫는 등 혹독한 구조조정의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외환위기로 인한 부실채권의 멍에는 계속됐고, 대우사태 등 악재들도 연이어 터져 한빛은행은 불과 2년여만에 다시 벼랑 끝으로 몰렸다. 정부의 공적자급 투입으로 가까스로 살아남은 한빛은행은, 정부의 2단계 구조조정을 통해 평화 광주 경남은행 등과 함께 우리금융지주라는 한울타리로 모이면서 기사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후 2002년 우리은행으로 이름을 바꾼 뒤, 이덕훈, 황영기 행장 체제를 거치면서 꺼져가던 엔진을 다시 가동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신용평가시스템을 도입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엄정한 리스크 관리를 통해 부실채권을 줄이고, 각종 인수ㆍ합병(M&A)을 통한 ‘규모의 경제’로 영업력을 회복하면서 새로운 도약의 기반을 다져 결국 화려한 부활에 성공했다.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이 187조원으로 상업ㆍ한일은행 합병 당시보다 무려 83% 가까이 늘었고, 당기순이익도 매년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면서 지난해는 1조6,341억원을 기록했다.
우리금융지주도 총자산 249조원과 당기순이익 2조원 등을 달성해 금융지주로서는 최대 규모로 올라섰다. 외환위기 10년간 혹독한 시련을 경험한 우리은행은 이를 극복한 경험을 발판으로 이제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도약한다는 포부를 구체화해 가고 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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