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기름값으로 인한 국민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기 위해 유류세를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빗발치고 있으나 정부는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어제 조원동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유류세를 내릴 생각이 전혀 없다고 못박았다. 명분은 항상 그래왔듯이 휘발유 값을 내리면 에너지 소비가 늘어나 국제 수지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런 논리가 맞으려면 세계 어느 나라보다 높은 우리 기름값이 그 동안 소비 증가를 억제하는 데 상당한 효력을 발휘했다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 과연 그런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은 2000년 이후 5년간 석유소비량은 2.5% 증가한 반면, 세금 총액은 42%나 급증한 통계가 잘 말해주고 있다.
유류세는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모든 국민에게 무차별로 부과되는 간접세다. 자동차는 이미 중산층 이상에게는 생필품으로, 적지 않은 서민에게는 생계의 수단이다. 그런 상품에서 세금의 비중이 57%를 넘는다는 사실은 조세 정의나 세금 간 형평성 차원에서 아무런 타당성이 없다.
기름값 인상의 여파로 1ㆍ4분기 개인의 교통비 지출액은 28%나 늘었다고 한다. 국민의 희생을 바탕으로 정부는 총국세의 13%에 이르는 막대한 세금을 손쉽게 거둬들이는 편리함을 즐기고 있을 뿐이다.
아무리 봐도 요지경인 기름값 결정방식도 소비자의 분노를 자극한다. 석유협회에 따르면 지난 2주간 휘발유 도매 가격은 4원이 떨어졌으나 같은 기간 소비자 가격은 오히려 4.75원이 뛰었다.
또 지난 16주 동안 세금을 제외한 휘발유값 상승률은 32%가 넘지만, 그 가격의 기준이 되는 중동산 두바이 원유 가격은 16.5% 오르는 데 그쳤다.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현상이 벌어지는지 정부도, 협회도, 정유 회사들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국가 차원의 제대로 된 청사진 하나 없이 세금 하나로 에너지를 절약해 보겠다는 발상이 너무 뻔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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