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는 과도한 사업비 집행으로 이익구조가 취약하던 보험사들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외환위기 직전 50개에 달하던 보험사 가운데 10년 동안 21개사가 간판을 내릴 정도로 충격은 컸다.
구조조정은 1998년 6월 지급여력 비율이 부족한 생명보험사에 감독당국의 제재조치가 내려지면서 시작됐다. 당시 고려ㆍ국제ㆍ태양ㆍBYC 등 4개 생보사의 보험계약이 제일ㆍ삼성ㆍ흥국ㆍ교보생명으로 넘어갔다. 이어 동아ㆍ국민ㆍ태평양ㆍ한덕ㆍ한국ㆍ조선ㆍ두원 등 7개 생보사가 매각됐다.
한국과 조선 생명을 인수한 현대그룹이 2000년 현대생명을 출범시켰지만 경영 악화로 결국 대한생명으로 보험계약이 이전됐다. 대한생명도 자체 경영정상화가 불가능해져 예금보험공사가 공적자금을 투입했고 결국 2002년 한화그룹으로 인수된다.
회사채 보증으로 부실화한 보증보험사도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한국ㆍ대한보증보험이 98년 서울보증보험으로 합병됐지만 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연쇄부도로 부실화해 99년 1조2,500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94년 보험가격 자유화 이후 풀(pool) 형태로 보험계약을 나눠 가지던 손해보험업계에도 칼바람이 몰아쳤다. 2001년 대한화재가 대한시멘트에, 2002년 국제화재가 근화제약에 각각 매각됐고, 리젠트화재는 5개 손보사가 계약을 나눠 가졌다.
구조조정 못지않은 큰 변화는 시장개방에 따른 외국계 보험사들의 급성장이다. 지난해 7월 외국계 생보사는 국내 시장점유율(수입보험료 기준) 20%를 넘어섰다. 2001년 8%에 불과했던 점유율이 5년 만에 2.5배나 급상승한 것이다. 같은 기간 삼성ㆍ대한ㆍ교보생명 등 ‘빅3’의 점유율은 78%에서 62.5%로 15.5%포인트나 급감했다. 토종 중소형 보험사의 점유율이 13%에서 16%로 소폭 상승한 점을 감안하면 외국계가 빅3의 고객을 대거 빼앗은 셈이다.
외국계의 약진에는 변액보험과 방카슈랑스, 남성설계사의 힘이 컸다. 특히 방카슈랑스는 전체 판매량(초회보험료 기준)의 절반 이상(55%)을 외국계가 팔고 있다. 전통적인 아줌마 설계사 조직이 취약한 외국계가 은행 창구를 판매채널로 적극 활용한 데 따른 것이다. 또 외국계는 남성설계사 조직을 강화했다. ING생명은 전체 설계사의 76%, 푸르덴셜생명은 90%가 대졸 남성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백화점식 상품 판매보다 시장 변화에 따른 맞춤형 상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외국계에 비해, 국내사들은 전통적인 설계사 채널을 바탕으로 사망보험 중심의 점유율 지키기에 주력하고 있다”며 “올들어 국내 생보업계의 상장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도약을 위한 전기가 마련됐지만 꾸준한 자기 혁신이 없이는 외국계의 시장 잠식을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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