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여부를 판가름한 중앙선관위 회의는 7일 7시간여 동안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진행됐다. 회의가 시작되기 전부터 경기 과천시 중앙선관위 청사 주변에는 100명이 넘는 취재진이 몰려 취재 전쟁을 벌였다.
선관위는 회의 내용이 사전에 유출될 경우 야기될 혼란상을 우려해 보안에 신경을 쓰는 기색이 역력했다. 선관위원들은 당초 12시30분께 정회를 하고, 1시간 정도 점심 식사를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선관위원들은 회의실 옆 선관위원실로 음식을 배달시켜 점심을 해결하는 등 회의실이 있는 4층을 떠나지 않았다. 선관위 직원들도 회의장 문 앞을 지키며 취재진의 접근을 막았다. 이날 회의에는 선관위원 9명 가운데 일본 출장 중인 임재경 위원이 불참해 8명만 참석했다. 선관위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 경찰 1개 중대를 선관위 정문에 배치하기도 했다.
회의는 고 위원장이 ‘대통령의 참여정부평가포럼 강연의 위법 여부 검토안’을 의안으로 상정하면서 시작됐다. 배석한 법제실장으로부터 제안 이유를 듣고 각자 의견을 개진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노 대통령의 발언이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선관위원들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 3시간 동안 격론이 벌어졌다. 중간중간에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김호열 상임선관위원, 조영식 사무총장은 선관위원들과 세밀한 문구 조정을 작업을 거친 뒤에야 선관위 결정 내용을 언론에 알렸다. 회의는 7시간이 걸렸지만, 선관위의 발표는 단 3분만에 끝났다. 양금석 공보관이 A4용지 2장 분량의 발표문을 낭독한 게 전부였다.
회의에 앞서 선관위원들은 2003년 12월, 2004년 3월에 이어 또다시 노 대통령의 발언이 위법 심사대에 올라왔다는 부담 때문인지 굳은 표정으로 속속 선관위 청사로 모여들었다.
그러나 회의 전망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하나같이 “논의해봐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언급을 삼갔다. 김호열 상임위원은 오전 9시5분께 손에 서류 봉투를 잔뜩 든 채 가장 먼저 청사에 도착했는데, 취재진이 몰려들자 흠칫 놀라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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