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의 경쟁력 회복은 공짜로 얻어진 게 아니다. 가혹한 외환위기 체제를 뛰어넘는 과정에서 당시 국내 대기업의 3분1 가량이 도산하는 아픔을 겪었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1996년말 시가총액 상위 50위 대기업 가운데 IMF 위기 파고를 넘기고 2007년에도 생존해 남아 있는 기업은 27개에 불과하다. 당시 시가총액 5위였던 대우중공업, 8위였던 LG반도체, 11위였던 현대전자 등 쟁쟁한 기업들이 유동성 위기나 정부의 빅딜 정책에 따라 주인이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간신히 명맥은 유지하지만 시가총액 50위 기업에서 탈락한 기업은 7개에 달한다. 결국 96년 상위 50대 기업의 11년간 생존률은 32%에 불과한 셈이다.
상위 50위권 기업의 순위변동도 극적이다.
96년말에는 한국전력의 기업가치가 15조4,402억원으로 2위인 삼성전자(4조5,926억원)보다 3배 이상 많았다. 그러나 5월말 현재는 삼성전자(88조3,951억원)가 1위다. 한전(26조2,080억원)은 4위로 내려앉은 반면, 11년전 4위였던 포스코는 2위(38조8,853억원)가 됐다. 또 96년에는 1조2,478억원(12위)으로 현대차(1조687억원ㆍ18위)보다 기업가치가 높았던 기아차가 이후 기업부도와 구조조정 과정을 통해 현대차 그룹에 편입됐다.
재계 관계자는 “약한 자는 살아 남지 못하는 냉정하면서도 살벌한 ‘정글의 법칙’이 경쟁력을 일신한 오늘의 한국 기업 밑바탕이 됐다”며 “이런 측면에서 보면 외환위기는 불행을 가장한 축복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철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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