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경영대학원(MBA) ‘구조조정 및 조직변화관리’ 과목은 신한과 조흥은행의 결합과정을 기업합병 성공사례로 선정해 학생들에게 사례연구를 시키고 있다. 지난해 2월에는 신한은행 관계자들이 통합과정을 발표한 후 100여명의 학생이 2시간30분 동안 토론을 벌이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됐다.
수업을 주관한 조직변화 관리 분야 석학 로자베스 모스 켄터 교수는 “신한은행은 3년간의 통합준비 과정에서 ‘뉴뱅크’라는 비전과 ‘감성통합’이라는 조직문화를 신한ㆍ조흥 전 직원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해 성공적 통합을 이룰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강의는 1998년 6월 퇴출이 결정된 동화은행을 금감위의 지시로 떠안으면서 시작된 신한은행의 인수ㆍ합병 발전 전략의 우수성이 세계적으로 인정 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후 신한은행은 국민과 주택은행의 합병으로 탄생한 초대형 통합 국민은행에 맞설 수 있도록 2001년 신한금융지주회사를 설립했다. 이어 2002년 제주은행, 2003년 조흥은행 등을 자회사로 편입했고 3년의 준비과정을 거쳐 2006년 지금의 통합 신한은행이 출범할 수 있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난해에는 업계 1위인 LG카드 인수도 성공, 올해 10월 완전 합병을 목표로 통합작업을 진행 중이다. 1982년 7월 은행설립 최저 자본금 250억원과 점포 4개로 출범한 신한은행이 국내 최대 금융지주회사로 우뚝 서는 과정에서 외환위기는 시련인 동시에 성장의 발판이었던 셈이다.
신한은행이 외환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은 양적 성장보다 내실과 안정성을 중시하는 기업문화가 깊이 뿌리박고 있었기 때문이다. 신한은 98년 국내 금융기관 최초로 거래 기업의 리스크관리시스템(CRM)을 도입하고 과학적인 여신심사를 시행했다.
또 99년 7월에는 국내 최초로 인터넷 뱅킹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은행 영업의 정보화를 선도해왔다. 지금은 모든 은행에서 보편화 됐지만, 간단한 업무 처리를 위한 ‘빠른창구’와 상담이 필요한 ‘OK창구’의 구분을 99년 처음 시행해 고객의 대기시간을 최소화하는 등 끊임없는 자기혁신의 노력을 계속해 왔다.
그 결실은 각종 경영지표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구 신한ㆍ조흥을 합한 것과 2006년 말을 비교하면 10년 동안 총자산이 92%나 증가했다. 반면 정식직원 숫자는 21.9%가 줄어들었고, 그 결과 당기 순이익은 무려 554.4%가 증가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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