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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그후 10년/ 'Clean & Healthy' 기업체질 大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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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그후 10년/ 'Clean & Healthy' 기업체질 大변화

입력
2007.06.08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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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11월 21일 한국은 국가부도 위기에 내몰려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구제금융 신청으로 공식화된 외환위기는 우리 사회 곳곳에 깊숙한 상처를 남겼다. 무수한 기업이 사라졌고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그러나 IMF시대는 한국 경제의 낡은 패러다임과 닳고닳은 골격을 바꾸는 결정적 계기를 제공했다. 모럴해저드 대신 투명성이, 대마불사 대신 ‘경쟁력이 없으면 도태된다’는 공정경쟁의 룰이 자리를 잡았다. 보호와 장벽은 글로벌 스탠더드와 개방으로 대체됐고, 경제 구조적인 시스템 리스크 역시 상당부분 해소됐다.

● 대마불사, 모럴해저드 신화 사라져

외환위기의 표면적인 이유는 달러의 부족이었지만, 한국 경제를 국가부도 위기의 벼랑 끝으로 내몰았던 실질적인 주범은 부실 대기업의 연쇄부도였다. 1997년 1월 한보그룹 부도는 외한위기의 빌미를 제공했고, 7월 기아사태는 결정적인 ‘뇌관’이 됐다. 이들 기업이 무너진 것은 무조건적인 확장경영 때문이었다.

한보는 당시 철강뿐 아니라 금융, 제약, 건설, 조선 등 비관련산업으로까지 문어발식 확장을 하는 과정에서, 기아는 무리하게 투자했던 기아특수강, 기산, 아시아자동차 등의 경영부실이 겹치면서 급격한 자금난에 빠졌다. 이후 대우그룹이 무너지고 현대그룹도 쇠락의 길을 걸었다.

삼성도 과잉투자의 부메랑으로 휘청거렸다. 대마불사의 신화가 무너진 것이다. 대마불사는 한국기업이 안고있던 도덕적 해이의 결정판이었다. ‘덩치를 키우면 위기가 닥쳐도 정부가 보호해준다’는 믿음이었다.

그러나 외환위기로 이런 믿음은 시장에 의한 경영감시와 내실경영, 경쟁력 강화로 대체됐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상무는 “최근 수년간의 기업경영 변화의 가장 큰 특징은 수익성 없는 부문에 대한 투자, 외형위주의 차입경영 등이 사라졌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 금융의 시스템 리스크도 크게 개선

외환위기를 초래한 또 하나의 축은 한국 금융에 내재해 있던 시스템 리스크였고, 외환위기 이후 10년간 한국금융의 역사는 이 같은 시스템 리스크를 제거하는 것이었다.

주먹구구식 대출관행이 사라지면서 금융기관의 평가기준은 건선성과 수익성으로 바뀌었다. 이 결과 국내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997년 말 7%대에서 13%대로 상승했다. 은행들은 대손상각을 늘리고 엄격한 신용평가를 하면서 건전성과 수익성을 높였다.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등이 설립되면서 종합금융그룹도 등장했다.

1997년 말 세계 100대 은행 목록에 오른 국내 은행은 단 한 곳도 없었지만 지금은 국민ㆍ신한ㆍ우리 은행이 세계 100대 은행에 진입해 있다. 이 과정에서 168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고, 신협과 상호저축은행을 포함해 628개 금융기관이 퇴출되거나 인수ㆍ합병 되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금융연구원 강경훈 연구위원은 “최근 수년간 은행들이 지나치게 수익성을 추구하는 측면은 있지만, 최소한 대출 부실에 따른 경제위기 가능성은 크게 개선됐다”고 말했다.

● 글로벌 스탠더드와 개방화의 뼈대 갖춰

외환위기는 글로벌 스탠더드와 개방을 한국 경제에 이식시킨 결정적 계기이기도 했다. 기업 회계의 투명성과 지배구조가 개선됐고 수익성 및 주주 중심의 경영도 정착됐다. 외국자본에 대한 빗장도 풀었고, 적대적 인수합병도 허용했다.

박재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외환위기 이후 기업 및 금융 부문의 의식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며 “이는 세계화가 진전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와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의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물론 글로벌 스탠더드 도입의 첨병 역할을 했던 외국계 자본이 국내 기업에 투자한 뒤 고배당과 유상 감자 등을 통한 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한 경우도 많았다. 또 글로벌 스탠더드가 단기간에 도입되면서 한국형 발전모델의 도전적 요소가 무장해제되는 부작용도 있었다.

그러나 한국으로 몰린 외국자본이 한국의 자본시장을 확충하고 선진적인 경영ㆍ금융기법을 전수하고, 또 이들이 이식한 글로벌 스탠더드가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인 것만은 분명하다.

유병률 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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