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초ㆍ재선 의원 17명이 8일 집단 탈당을 결행키로 결의함에 따라 범여권의 ‘빅뱅’이 현실화하고 있다. 당초 이들은 탈당 시점을 놓고 고심을 거듭했으나 ‘자칫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우려해 거사일을 앞당기기로 했다.
이번 집단 탈당은 지난 2월 김한길 강봉균 의원 등을 주축으로 한 우리당 1차 집단 탈당파의 이탈과 달리 당 지도부와 중진그룹, 정동영ㆍ김근태 두 전직 의장 등 대통합신당을 추진하는 우리당 주류세력과 교감하는 ‘기획 탈당’의 성격을 지닌다는 점에서 파괴력이 크다.
제3지대 신당 창당을 위해 이들 ‘선발대’가 중립지대로 나간 뒤 조만간 정동영 김근태 문희상 전 의장 등이 가세하는 형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부겸 임종석 정장선 우상호 우원식 의원 등은 지난 5일 저녁 비공개 회동을 갖고 탈당 시점을 8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석 의원은 “이제 중립지대로 나가서 대통합신당 창당 및 대선후보 국민경선을 위한 토대를 만드는 작업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임 의원은 재선그룹을, 우상호 의원은 초선 중심 모임 ‘처음처럼’을, 우원식 의원은 ‘국민경선추진위 그룹’을 각각 대변한다. 이들은 시민사회 원로가 주축이 된 ‘국민회의’와 함께 국민경선추진위를 구성하거나 시민사회세력의 신당 창당 결의에 맞춰 제3지대 신당추진기구를 띄우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범여권은 중도개혁통합신당과 민주당이 합당한 ‘통합민주당’, 우리당의 2차 탈당그룹이 주도하는 ‘제3지대 신당파’, 강경 친노세력을 주축으로 한 우리당 잔류파 등 크게 3개 정파로 나눠져 경쟁할 전망이다.
당장 중도통합신당 김한길 대표는 “기획 탈당을 통한 신당 창당은 노무현 프레임이고 우리당 재창당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러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연일 여권 대통합을 촉구하고 있어서 범여권 정파들이 결국 통합이나 후보 단일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날 한명숙 전 총리와 만나 “어느 누구도, 어느 한 사람도 배제됨 없이 모두 하나로 모여 대통합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정세균 우리당의장, 8·15에 남북정상회담 제안
한편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은 7일 8ㆍ15 광복절에 제주도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할 것을 제안했다.
정 의장은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남북관계의 획기적 전환과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해 한반도 비핵화는 반드시 실현돼야 하며, 이 난제를 해결하는 가장 효과적 방법은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만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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