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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V 홀릭] 미녀들의 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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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V 홀릭] 미녀들의 수다

입력
2007.06.07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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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골적 상상 부추기는 '야한 수다'

글래머 몸매의 여성이 남성 앞에서 반라의 몸에 물을 뿌린다. 남자MC는 환호하며 기뻐한다. 요즘 과도한 노출로 선정성 논란을 겪고 있는 케이블채널 tvN 'tvNgels'의 한장면이다.

그러나, 선정적인 건 케이블TV의 반라 미녀들만은 아니다. KBS <미녀들의 수다> 에서는 외국인이 바라보는 한국대학에 대해 알아본다며 외국인 여성들에게 "MT에서 남자하고 둘이 빠져나온 적 있냐"는 질문을 하고, '진실토크'라면서 "야동을 본 적이 있다는 사람이 있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물론 월요일 심야시간에 하는 토크쇼에서 외국인 여성들이라고 꼭 건전한 이야기만 할 이유는 없다. 또 <미녀들의 수다> 의 몇몇 출연자가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모으는 상황에서 그들의 사생활에 관심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미녀들의 수다> 는 마치 'tvNgels'처럼 여성출연자들을 남성의 환호를 끌어내는 도구로 이용한다. 설문조사 형식의 프로그램 진행에 따라 여성들은 자신의 경험담을 단답식으로 말하고, MC와 남자패널들은 '센 발언'이 나올수록 환호한다. 외국인 여성들이 자신의 발언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말하거나, 자기들끼리 말할 기회는 없다.

대신 MC 남희석이 "MT에서 남자와 단 둘이 사라진 적이 있다"는 여성출연자의 말에 "그 다음은 기자와 네티즌들이 생각할 문제"라고 말하며 '은근한 상상'을 부추기는 쪽으로 프로그램을 몰고 간다.

'tvNgels'가 여성의 섹시한 몸짓에 환호하는 남성들의 반응에만 초점을 맞추듯, <미녀들의 수다> 는 외국인 여성의 '센 대답'에 환호하는 남성패널들과 더 노골적인 이야기를 부추기는 MC의 '야한 상상' 부추기기에만 초점을 맞춘다.

지금의 <미녀들의 수다> 는 외국인의 시각에 비친 한국에 대한 토크쇼라기 보다는 외국인 '미녀'들의 '충격고백'을 구실삼아 어떻게든 한국의 타인의 은밀한 사생활에 대해 얘기하려고 안간힘 쓰는 성인토크쇼 같다.

차라리 한국에 대해 알아본다는 식의 '건전한 척'하는 명분 없이 자신의 사생활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출연자들끼리 자기 생각을 말하는 SBS <야심만만> 이 더 건전해 보인다. '토크 퀸'을 뽑으며, 외국인 여성들이 더듬더듬 거리는 말이라도 열심히 했던 과거 <미녀들의 수다> 가 그리울 정도다.

왜 케이블이건 지상파건, 한국인이건 외국인이건, TV 제작진들은 여자들을 모으면 그들을 섹시한 '엔젤'이나 대담한 '미녀'로만 만들려는 걸까. 그냥 '여자' 이야기만 가지고도 할 게 많을 텐데 말이다.

강명석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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