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오모(28)씨는 지난달 말 대학 친구 2명과 연휴를 보내려고 경기 가평군의 한 펜션을 예약했다.
숙박료 전액을 미리 보내야 한다는 주인의 요구대로 18만원(1박)을 미리 송금했다. 그런데 친구들이 갑자기 집안 일 등의 사정이 생겨 못 가게 됐다.
오씨는 예약일 2일 전에 펜션에 전화를 걸어 예약을 취소할 테니 환불해 달라고 했다. 그런데 주인은 “그럴 수 없다”고 버텼다. 이유를 따졌더니 인근 펜션 업주들끼리 만든 규정에 따라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오씨는 “이틀 전에 취소해도 한 푼 받을 수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지만 소용 없었다.
주5일 근무제 시행 이후 우후죽순 늘어나는 펜션에 대한 이용객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터무니 없이 많은 예약취소 환급금을 요구하는가 하면 ‘날림 시공’으로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불량 펜션들이 수두룩하다.
그러나 펜션에 대한 관리ㆍ보상 규정이 따로 없어 이용객들만 손해를 보고 있다. 6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올들어 펜션 이용과 관련해 피해를 입었다는 신고가 20건이 넘는다.
예약 취소와 환불에 대한 민원이 대부분인데 특히 지나치게 많은 환급금을 요구한다는 불만이 가장 많았다. 공무원 이모(34)씨는 “최근 친구 가족과 함께 26만원(1박)을 내고 예약을 했다 하루 전날 취소했더니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했다”며 “근거가 무엇이냐고 했더니 예약할 때 홈페이지에 있는 약관을 못 보았느냐며 핀잔을 주더라”고 했다.
가평군의 H펜션 업주는 “주말장사 하는 입장에서 갑자기 취소해 버리면 다른 손님을 찾기 쉽지 않다”며 “빈 방으로 둘 수 없어 환급금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사정이 이런데도 펜션 업계 전반에 적용되는 취소 및 환불 규정이 없는 탓에 이용객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지역마다 업소마다 “부르는 게 값”이기 때문이다.
불량 펜션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지난달 가족과 함께 충남 서산시의 한 바닷가 펜션에 놀러 갔던 회사원 김모(47)씨는 “합판 1장으로 벽을 만들어 옆 방에서 소곤거리는 소리가 다 들릴 정도로 방음이 안돼 환불을 요구했더니 주인이 거부했다”며 “경찰에 신고했지만 민사 사건이라 어쩔 수 없다고 해서 결국 다른 숙소로 옮겼다”고 말했다.
심지어 펜션 이용객들이 크게 늘면서 인터넷을 통해 ‘1달에 1만원씩 10달을 내면 펜션을 마음껏 이용하는 펜션체험단에 가입시켜 주겠다’고 유혹한 뒤 취소를 해도 돈을 되돌려 주지 않는 ‘사기’도 횡행하고 있다.
이용객들의 원성은 커지지만 이를 달랠 수 있는 법적 장치는 없다. 그나마 소비원의 소비자피해보상 규정에 따르면 ‘이용 전날 숙박업 이용 계약을 취소하면 요금의 80%를 돌려줘야 한다’고 돼있다.
소비원 관계자는 그러나“업주에게 보상 규정을 설명하지만 강제성이 없어 대부분 못 들은 척 한다”며 “법 등으로 강제할 수 있는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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