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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에 홈넷은 포함되고 빌트인은 왜 안되나"

입력
2007.06.07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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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 같은 가전인데도 홈넷가전은 분양가에 포함되고, 빌트인 가전은 안된다?

치솟은 분양가를 낮추기 위해 9월부터 시행될 마이너스 옵션(선택품목)제를 놓고 논란이 분분하다. 특히 가전업계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마이너스 옵션(선택품목)제는 분양가를 낮추기 위해 벽지 바닥재 씽크대 조명기구 등을 제외한, 건축마감재를 소비자가 직접 선택ㆍ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이에 따라 창호 가구 가전제품 욕실마감재 같은 건축마감재는 9월부터 분양가에 포함되지 않을 전망이다.

그런데 문제는 지난 4월 개정된 주택법에서 홈네크워크가전(홈넷가전:TV, 냉장고 등 집안의 가전제품을 네크워크로 연결해 핸드폰이나 PC등으로 원격제어가 가능토록 하는 시스템) 등이 기본형 건축비 외에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인 ‘가산비’로 분류돼 분양가 산정 때 반영할 수 있도록 한 반면, 빌트인(붙박이) 가전은 빠진 것. 지금까지는 건설업체가 건물설계 때 빌트인 가전을 분양가에 넣어 소비자들에게 제시해 왔다.

똑 같은 가전인데 결국 설치방식과 내용에 따라 차별을 받게 되는 묘한 상황이 벌어진 것. 이에 대해 건교부는 “중대형 아파트의 기본형 건축비에 포함돼 있는 이른 바 인텔리전트 건축설비(홈네크워크, 초고속 통신망, 에어컨 냉매배관, 집진 청소시스템)을 가산비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인털리전트 건축설비에 들어가는 가전제품만 분양가 포함의 혜택을 줬다는 것.

여기에는 최첨단 홈넷은 차세대 성장산업인 반면, 빌트인 가전은 단순한 건축 마감재에 불과하다는 ‘편견’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가전업계는 빌트인 가전도 홈네트워크 못지 않은 무궁무궁한 성장 산업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빌트인 가전은 씽크대에 가스오븐레인지나 식기세척기 등 조리 기구를 고정시키거나, 가구와 가전, 벽면과 가전 등을 붙박이 형태로 설치한 것을 말한다. 1999년 분양가 자율화 조치에 따라 건설업계가 가전업계가 손잡고 차별화된 고급 아파트를 공급한다는 차원에서 새로 개척했다.

현재 시장규모가 연간 4,000억원 정도. 전체 가전시장 매출의 20% 내외를 차지할 정도로 덩치가 커지고 있어 가전업계의 신성장 동력으로 꼽힌다. 전세계적으로는 30조원대의 시장이 형성돼 있으며, 유럽 등에서 발달해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로 평가된다.

때문에 가전업계는 다음달 확정ㆍ공포할 주택법 시행령 등에 빌트인 가전도 가산비로 분류해 포함시켜,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전자산업진흥회를 통해 이 같은 요구사항을 건교부에 공식 전달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설계시 빌트인 가전을 분양가에 포함시켜 강제항목으로 두지 않을 경우 전도유망한 시장자체가 죽어버릴 수 있다”며 “한-EU FTA가 체결될 경우 우선적으로 공략해야 할 시장이 유럽 빌트인 시장인데다 중국의 가전사인 하이얼도 빌트인 시장에 본격 뛰어들고 있는 판에 우리만 무장해제를 당하도록 방치해서는 안된다” 고 강조했다.

한편 가전업계는 마이너스 옵션제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빌트인 가전을 선택품목으로 분류, 분양가에서 빼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를 포함시킬 때와 실질적인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소비자의 불편만 가중시키고, 관련 시장의 위축만 가져온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빌트인 가전의 특성상, 소비자와 가전업체가 계약하려면 건설업체가 계약을 중개해야 하는데, 이는 기존에 건설업체가 빌트인 가전을 분양가에 포함시켜 소비자들에게 제시하던 방식과 다를 바 없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표면적으로 분양가가 조금 낮아졌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방편이상의 의미가 없다”며 “분양가를 잡는다는 이유로, 엉뚱하게 빌트인 가전시장을 잡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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