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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신부전증으로 고생하던 부모에 신장 기증하는 지연·지선 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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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신부전증으로 고생하던 부모에 신장 기증하는 지연·지선 자매

입력
2007.06.07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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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에게 받은 사랑에 비하면 신장 하나 쯤은 보잘 것 없는 것이지요."

만성신부전증을 앓는 부모를 위해 자매가 나란히 신장을 기증키로 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조지연(22) 지선(21)씨 자매는 7일 나란히 수술대에 올라 부모님에게 새 삶을 선사한다.

전남 보성에서 넉넉지는 않지만 화목한 가정을 꾸려가던 여섯 식구에게 불행이 닥친 것은 1995년. 고철 수집을 하며 생계를 책임지던 아버지(조창문ㆍ54)씨가 갑자기 심근경색으로 쓰러졌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조씨는 그 충격으로 청력 장애와 만성신부전증을 앓게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쓰러진 아버지의 병원비와 네 딸의 학비, 생활비를 벌기 위해 녹차 밭, 식당, 고철 수집 등 온갖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던 어머니(전순복ㆍ40)씨마저 5년 전 같은 병을 진단 받았다.

다행히 조씨 자매가 고교 졸업 후 각각 경기도와 충남에 있는 반도체 회사에 입사해 어려운 집안 살림에 보탬이 돼 주었지만 점점 쇠약해져 가는 부모님의 건강은 이들 자매에게 언제나 큰 근심거리였다. 그 사이 혈액 투석에 의존해 힘겹게 생명을 이어가던 부부의 상태는 점점 악화돼 신장 이식을 통한 치료 외에는 달리 손 쓸 방도가 없었다.

부모는 담당 의사의 권유에도 '자식들에게 짐이 될 수 없다'며 버텼지만, 자매의 효심(孝心)을 꺾지는 못했다. 두 동생과 함께 올 2월 서울 아산병원에서 실시한 정밀 검사 결과, 지연, 지선씨는 각각 어머니, 아버지와 조직이 일치한다는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부부의 건강은 장시간의 수술을 견디기에는 너무나 쇠약해져 있었다.

수술 날짜를 차일피일 미루며 마음 졸이기를 3개월. 가족에게 최근 기쁜 소식이 날아 들었다. 병원측으로부터 부부의 증세가 호전돼 모두 수술대에 오를 수 있다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4,000만원이 넘는 수술비가 여전히 가족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지만 이들의 사연이 TV 프로그램을 통해 알려지면서 사회복지관, 군청 등 각계에서 온정의 손길도 답지하고 있다.

어머니 전씨는 "어려운 형편에도 바르게 자라준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이렇게 큰 선물까지 받게 돼 부모로서 부끄럽기만 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둘째 지선씨는 "부모님이 신장 이식이 필요할 정도로 심각했던 상황임을 뒤늦게 알게 된 것이 오히려 죄스러울 뿐"이라며 "하루 빨리 건강을 회복해 여섯 식구가 화목한 가정을 만들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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