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제임스 열풍’에 휩싸였다.
미국프로농구(NBA)는 그 동안 ‘포스트 조던’ 찾기에 골몰해왔다. 코비 브라이언트(LA 레이커스), 트레이시 맥그레이디(휴스턴), 빈스 카터(뉴저지) 등 지금까지 조던과 비교된 선수는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최종 심사’까지 오른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르브론 제임스(23ㆍ클리블랜드)는 조던도 프로 7년 만에 이룬 챔프전 진출을 불과 4년 만에 성공시켰다. 그것도 똑같이 강력한 압박수비를 자랑하는 동부의 강호 디트로이트를 제물로 삼아서다. 제임스보다 어린 나이에 팀의 챔프전 진출을 일궈낸 이는 코비 브라이언트(21세)와 매직 존슨(20세) 두 명 뿐이다. 제임스와는 달리 당시 브라이언트와 존슨에겐 각각 샤킬 오닐과 카림 압둘자바라는 걸출한 동료가 있었다.
조던은 경기를 지배했다. 그는 만년 하위권이던 시카고를 강팀으로 만들었고, 6번이나 정상에 올려 놓았다. 클리블랜드 역시 제임스가 가세한 2003~04시즌부터 급격히 상승세로 돌아섰다. 직전 시즌 최하위(17승65패)였던 클리블랜드는 이후 35승과 42승으로 기사회생하더니 지난해 50승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제임스는 디트로이트와의 동부 결승 5차전에서 팀의 마지막 30점 중 29점을 혼자 기록하는 등 48점의 화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그의 진가는 득점력이 아니라 동료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데 있다. 개인 플레이보다 팀워크를 우선하고, 자신의 성적보다 팀 승리를 더 챙길 줄 안다.
5차전 ‘원맨쇼’ 뒤 제임스는 코트 중앙에서 포효하기보다는 동료 지드루나스 일가우스카스를 끌어 안고 승리의 기쁨을 함께 나눠 잔잔한 감동을 줬다. 또 6차전 때 디트로이트의 수비가 자신에게 집중될 때는 아예 신인 대니얼 깁슨의 조력자 노릇을 자청하며 31점으로 펄펄 날도록 도왔다.
허비 브라운 전 멤피스 감독은 “제임스는 득점과 리바운드에 어시스트 능력까지 갖췄다. 현역 선수 중 스티브 내시(피닉스)를 제외하고는 제임스만큼 패스를 잘하는 이는 없다”고 높이 평가했다.
과연 제임스가 ‘포스트 조던’ 논쟁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까. 제임스는 8일부터 열리는 샌안토니와의 챔피언결정전에서 진정한 시험대에 오른다.
오미현 기자 mhoh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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