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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식량·식품 가격 급등 비상/ 옥수수에탄올이 '식량 태풍'의 주범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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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식량·식품 가격 급등 비상/ 옥수수에탄올이 '식량 태풍'의 주범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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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06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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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식량.식품가격이 비상이다. 국제 식품가격을 좌우하는 밀, 보리, 우유, 코코아, 식용유 등 원료 농산물가격이 올해에만 20% 이상 뛸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이를 반영하듯 이미 미국과 영국, 중국과 인도 등의 식품가격은 올 들어 이미 6~10% 이상 급등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이런 추세대로라면 올해 식품가격 상승률은 30년래 최대치를 기록하며 유례 없는 식품가격 인플레이션을 맞게 될 것으로 우려하기도 했다.

에탄올 등 곡물을 이용한 석유 대체에너지 산업의 급팽창에 따른 수요증가가 최근 식량.식품가격의 급등을 주도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이외에도 ▦중국과 인도 등 인구밀집지역의 경제성장에 따른 식량.식품 수요 증가 ▦기후변화 등에 따른 불안정한 작황 ▦생활패턴의 변화에 따른 소비수요의 변화 등도 가격을 자극하고 있다.

석유 대체에너지인 곡물 에탄올 바이오에너지(biofuel) 수요에 따른 식량.식품 가격 급등의 메커니즘은 옥수수로부터 출발한다. 미국과 브라질 등의 옥수수 에탄올 생산 수요증가에 따라 가축사료로 가장 널리 쓰이는 옥수수 가격이 오르면서 육류 우유 식용유 등의 가격이 덩달아 오르고 전반적인 식량.식품가격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는 식이다.

농무부 발표에 따르면 미국은 올해 전체 옥수수 생산량 중 18~20%를 에탄올 생산에 투입할 계획이다. 내년엔 그 비중이 25%까지 높아진다. 이에 따라 옥수수 가격은 지난 6개월간 이미 70%나 급등했다.

문제는 옥수수 가격이 전체 농산물(축산물 포함)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예상 외로 광범위하다는 것. 실제로 미국 전체 가축사료의 성분 중 3분의 2가 옥수수이다. 이에 따라 미국 육류와 계란 가격은 올 들어 이미 15% 이상 올랐다.

1차 농산물가격의 급등은 가공식품 가격의 동반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전체 식품가격의 앙등을 일으키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식품가격은 올 들어서만 6.7%(계절조정) 상승해 전년 2.1%를 훨씬 넘어섰고, 영국 식품가격 상승률 역시 4월 현재 연간 환산으로 6%로 나타나 6년 만의 최대 증가율을 보였다.

한편 최근 식량ㆍ식품가격의 상승세는 경제 급성장 지역인 중국과 인도에서 더욱 현저히 나타나고 있다. 이 지역의 식량.식품가격 급등세는 대체에너지 산업 확대에 따른 영향 외에도 도시인구의 급격한 증가 및 육류 소비 증가 등 식량 소비패턴의 변화에 따른 구조적 문제인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중국과 인도의 식품가격은 올 들어 각각 7.1%, 10% 이상 급등했는데, 전문가들은 식량 대량소비지역인 중국과 인도의 수요가 증가하는 한 세계 식량ㆍ식품 부족현상은 장기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작황 불안도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엔 밀 곡창지대인 호주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에서 고온건조한 날씨로 생산량이 크게 줄었고, 유럽도 여름가뭄에 시달렸다.

특히 지구온난화 등에 따른 지역별 이상기후는 앞으로 거의 상시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커 중국 인도 호주 유럽 등의 곡창이 타격을 입을 경우 심각한 파동을 빚을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식량.식품의 공급 펀더멘털이 약화하면서 시장에서의 투기행위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원유.원자재에 쏠렸던 헤지펀드 등의 상품투자가 최근 옥수수 밀 등 곡물류로 이동하면서 막대한 투기수요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시장 내 투기세력의 자금이 식량상품으로 쏠리면서 미국 캘리포니아연기금(캘퍼스) 등 대규모 국제 연기금 자산도 덩달아 식량으로 투입되면서 가뜩이나 팽창하고 있는 수요를 더욱 가열시키며 식량.식품가격의 거품을 형성하고 있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물론 최근의 가격 상승이 당장 식량위기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식량의 절대공급이 위기에 빠진 것도 아니고, 수요확대도 아직은 경작지 확대나 품종개량 등을 통해 흡수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교전문지인 포린어페어스 등은 "공급의 상대적 부족은 언제라도 왜곡된 유통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향후 각국의 식량안보에 큰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뉴욕=장인철특파원 icjang@hk.co.kr

■ 대체에너지 수요가 문제

곡물을 이용한 대체연료 산업은 바이오에탄올과 바이오디젤 생산을 중심으로 급속 확대되고 있다. 바이오디젤이 유지작물에서 식물성 기름을 추출해 만드는데 비해, 바이오에탄올은 옥수수 사탕수수 밀 감자 보리 등 녹말작물에서 포도당을 얻은 뒤 이를 발효시켜 만든다.

최근 옥수수 등 산지 농산물 가격을 직접 자극하며 식량.식품가격 앙등을 일으키고 있는 쪽은 바이오에탄올. 브라질은 이미 1970년대부터 사탕수수 등을 원료로 뽑은 바이오에탄올을 가솔린과 혼합해 차량연료로 쓰면서 2000년대 들어선 전체 차량연료 중 바이오에탄올 비중을 20~25%까지 높였다.

그런데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를 벤치마킹해 지난 5월 2017년까지 바이오에탄올 등 대체연료 사용비중을 전체의 17%까지 높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브라질과 함께 바이오에탄올 대량공급을 위한 '국제 바이오에너지 포럼'을 발족시키면서 원료 농산물 시장이 본격 요동하기 시작했다.

시장의 수급 불균형 우려는 바이오에탄올이든, 바이오디젤이든 대체연료로 쓸 만큼을 생산하기 위해선 막대한 양의 원료 농산물이 투입돼야 한다는 데서 비롯되고 있다.

일례로 4륜구동 SUV 차량 한대를 가득 채울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하기 위해선 한 사람이 일년간 먹을 양식에 육박하는 옥수수 약 200㎏이 필요하다. 결국 이 같은 막대한 수요가 가격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대체연료 이용 확대계획에 맞춰 각국의 바이오에탄올 산업도 급팽창 조짐을 보이고 있다. 브라질은 현재 11개인 전용 생산시설을 연말까지 24개로 늘릴 계획이고, 중국도 2005년 92만톤이었던 바이오에탄올 생산량을 2010년까지 300만톤으로 증산할 예정이다. 결국 이런 추세라면 바이오에너지를 쓰기 위해 식량ㆍ식품가격 앙등을 감당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뉴욕=장인철 특파원 icjang@hk.co.kr

■ 국내 식품가격 영향은

우리나라 역시 국제 식량가격 급등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 쌀과 보리의 경우 국내 생산량이 충분해 문제가 없다지만 옥수수, 밀 등 거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사료용 곡물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5일 농수산물유통공사와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2월 중 사료용 옥수수 수입량은 137만 5,000톤으로 전년 동기의 98만6,000톤에 비해 39.5% 증가했다. 그러나 수입 단가 상승으로 수입액은 87%나 증가했다. 톤당 수입액으로 계산하면 136달러에서 182달러로 34% 증가한 것이다.

곡물 수입가격 상승은 닭고기, 돼지고기, 쇠고기 등 육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농촌경제연구원 성명환 연구위원은 "사료협회 등 업계에서 과거에 비해 물량을 더 확보해 재고량을 늘려놓은 상태지만 곡물가격 상승이 지속된다면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며 "육류 뿐만 아니라, 식료품에도 밀이나 옥수수가 쓰이는 곳이 많아 가격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제 곡물가격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활용할 수 있는 정책적 수단이 많지는 않다. 농림부 관계자는 "업계를 통해 파악한 바로는 올해 물량을 이미 확보해 아직까지 국내 수급에는 문제가 없는 상황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수시로 관련 동향을 파악하고는 있지만 가격 등은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사료에 매기고 있는 할당관세를 인하해 수입가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이달 중으로 농림부와 협의를 거쳐 할당관세 품목을 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적용되고 있는 할당관세가 1~2%에 불과해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성명환 연구위원은 "업계에서는 선물시장 활용을 높이고,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며, 정부도 곡물의 국내 생산기반을 더 이상 무너뜨리지 말고 상황 악화에 대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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