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 비이성적 과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비이성적 과열

입력
2007.06.06 00:15
0 0

"2분기 조정 전망으로 피해를 본 투자자에게 사과합니다." "저의 예상이 틀렸음을 인정합니다." 주가지수가 1,700을 돌파하며 파죽지세로 치고 올라가는 요즘 증권가에서는 시황을 잘못 내다본 분석가들이 잇따라 '반성문'을 쓰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날고 긴다는 애널리스트 사이에서도 '예측의 귀재'로 통하는 모 리서치센터장은 "2분기에 주식을 싸게 살 기회가 온다"고 전망했다가 시황이 정반대로 전개되자 고개를 숙였다. S증권에서는 주식 대신 채권 투자 비중을 높이라는 권유가 틀렸음을 솔직히 시인하고 사과했다. 주식시장의 최근 활황세는 이렇듯 예측불허다. ▦ 주식투자 열풍이 다시 불고 있다.

올들어 벌써 20%나 오른 주가가 숨도 고르지 않고 수직상승을 계속하자, 대세 낙관론이 확산되면서 증시로 돈이 몰리고 있다. 고객예탁금은 올 초에 비교해 50%이상 늘었다. 그렇다고 증시 활황이 우리만의 현상은 아니다.

중국 증시는 거의 광풍에 휩싸여있고, 싱가포르 대만 증시도 연초보다 크게 올랐다. 연일 신기록을 경신하는 미국 증시는 2002년 10월 이후 4년 7개월째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차 대전 직후에 버금가는 10년 강세장이 도래하고 있다고 호들갑을 떨 정도다.

▦ 주가 기세에 눌려 비관론이 숨을 죽이고 있지만 과열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신영증권은 "최근 조정 없는 상승세에서 '비이성적 과열'의 기미가 느껴진다"고 경고했다.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이란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1996년 정보기술(IT) 주식에 대한 투자과열을 가리켜 사용한 용어다.

같은 제목의 책을 쓴 로버트 실러 예일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장이 급등할 때 사람들은 언제나 이를 합리화하는 이야기를 만들어내곤 한다"고 근거 없는 낙관론을 비꼬았다.

▦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지지자들 앞에서 참여정부의 성과를 자화자찬 하면서 "정부 정책의 성과는 주가를 보는 것이 정확하다"고 말했다. 1,700을 돌파한 주가가 참여정부 덕이라는 자랑이지만, 전문가들은 세계적으로 넘쳐 나는 유동성을 꼽는다. 경제의 성적표로 통하는 성장률은 오히려 높으면 위험하다는 희한한 논리를 댔다.

가계 빚과 국가채무는 불어나고, 일자리 창출은 목표치를 밑도는데 "오를 것은 오르고, 내릴 것은 내렸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남을 낮추고 자기를 높이는 대통령의 낯뜨거운 자기평가야말로 '비이성적 과열'이 아닌가.

배정근 논설위원 jkpa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