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쩐의 전쟁, 적나라한 돈 얘기 안방을 점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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쩐의 전쟁, 적나라한 돈 얘기 안방을 점령하다

입력
2007.06.06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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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풋한 젊은 남녀의 공방전도, 진지한 마니아 드라마도 돈 앞에서는 무기력했다.

사채업자 금나라(박신양)의 이야기를 그린 SBS <쩐의 전쟁> 의 기세가 무섭다. 첫 회부터 MBC <메리 대구 공방전> , KBS <마왕> 등을 제치더니 5월31일에는 전국시청률 30.5%(TNS미디어코리아 집계)까지 달성했다.

최근 미니시리즈가 좀처럼 30% 시청률을 기록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쩐의 전쟁> 의 상승세는 이례적이다. 왜 시청자들은 이 드라마에 열광하는 것일까.

▲‘독한 소재’의 힘

전 국민이 사채를 빌려 쓰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제 사채는 그 위험성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널리 알려졌다. 자신이 겪고 싶지는 않지만, 정말 어떤 세계인지는 궁금한 소재인 셈이다.

<쩐의 전쟁> 은 사채 때문에 자살을 선택하고, 노숙자가 되는 등 지금까지 방송에서 다루지 않았던 사채의 세계를 묘사하면서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박신양 연기가 화제를 모은 것도 그의 연기력 이전에 TV에서 쓰레기를 주워 먹는 노숙자의 모습이 연출됐다는 사실이 주는 충격 때문이다. 이는 불륜현장을 마치 진짜처럼 묘사하는 페이크 다큐 tvN <현장르포 스캔들> 등이 인기를 모으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장르 드라마의 변형

<쩐의 전쟁> 은 스토리보다는 개별적인 에피소드에 집중한다. 금나라와 서주희(박진희)의 사랑이나 금나라와 하우성(신동욱)의 라이벌 구도 등이 펼쳐지기는 하지만, 내용의 대부분은 금나라가 사채 빚을 진 사람들에게 돈을 회수하는 과정의 에피소드를 다룬다.

시청자들은 이전 회를 보지 않아도 매회 기발한 방법으로 사채를 회수하는 금나라의 활약을 부담 없이 볼 수 있다. 스토리는 기존 한국드라마의 얼개를 따랐지만, 독특한 능력과 기발한 아이디어를 통해 매 에피소드마다 금나라는 사건을 해결한다.

에피소드별로 진행되는 미국식 장르드라마와도 유사하다. 한국적인 소재와 구성 위에 요즘 시청자의 기호를 한데 섞어 보다 넓은 대중을 포섭한 셈이다.

▲가족애는 필수

원작 만화와 달리 드라마 속 금나라는 가족과 자신의 사부 독고철(신구)를 끔찍하게 아낀다. 또 서주희와의 러브스토리도 원작에는 없던 내용이다. 사채라는 ‘센’ 소재와 폭력과 자살 등이 나오는 <쩐의 전쟁> 에 대중들이 쉽게 공감하는 따뜻한 정서를 가미한 것이다. 신선하지만 익숙하고, 자극적이지만 안전하게 작품을 끌고 가는 것이야말로 <쩐의 전쟁> 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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