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 역사잡지가 고려는 기자조선과 고구려에 이어 중국 출신 통치자가 한반도에 세운 세 번째 정권이라는 내용의 황당한 논문을 게재했다.
격월간 <동북사지(東北史地)> 2007년 3호(5~6월호)는 지린(吉林)성 사회과학원 역사연구소 연구원 스창러(史長樂) 연구원이 쓴 ‘당 (唐) 명종(明宗)이 고려 태조 왕건의 족적(族籍)을 밝혔다’라는 논문을 실었다. 동북사지(東北史地)>
이 논문은 고려사 태조세가(太祖世家)에 태조 16년(서기 933년) 당나라 명종 이사원(李嗣源)이 고려에 책봉사를 보내 왕건에게 직접 전달했다는 책봉 조서의 내용 일부를 근거로 이같이 주장했다.
논문은 “주몽이 개국한 땅의 상서로운 조짐을 좇아 그 군장이 되고 기자(箕子)가 이룩한 번국(蕃國)의 자취를 밟아 행복과 화락(和樂)을 펴도다”, “경(卿)은 장회(長淮)의 무족(茂族)이며 창해(漲海)의 웅번(雄蕃)이라”는 대목을 인용했다.
스창러는 이런 대목들은 “한반도 역사에서 기자와 주몽에 이어 또 한 사람의 중국 출신 통치자가 새로운 고려정권을 세우고 임금이 되어 행복과 화락을 가져다 주었다”는 뜻으로 풀이했다. 논문은 “왕건이 정치적 목적에 의해 고려가 고구려를 계승한 것처럼 위장했다”며 “그는 한반도 토착 신라인의 자손이 아니라 중국 화이허(淮河) 유역에 살던 한인(漢人)의 후예”라고 주장했다.
관측통들은 논문의 저자가 지린(吉林)성 사회과학원 역사연구소 연구원이고, 이 논문을 게재한 역사잡지가 지린성사회과학원 주관 아래 발행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잡지 발행인이 바로 장푸여우(張福有) 지린성 당위원회 선전부 부부장이라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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