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석학(碩學)을 영입하기 위한 대학들의 경쟁이 뜨겁다.
한 명당 수 천만원이 드는 부담에도 불구 너나없이 노벨상 수상자 등 이름 있는 교수와 연구자들을 모셔오기 위해 안감힘을 쓰고 있다. 학생들에게 수준 높은 강의를 제공하고 교수들에게는 자극제를 던져주는 동시에 대학들의 지상 과제인 국제화를 앞당기는 일석삼조(一石三鳥)의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고려대는 2학기부터 교수들의 해외유학 시절 은사(지도교수)를 초청해 공동강의를 한다. 공동강의는 제자(고대 교수)가 지도교수(해외 석학)와 강의 내용, 방식, 일정 등을 조정하고 지도 교수는 최소 한 달 이상 머물며 학부생과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직접 강의를 한다. 모든 강의는 영어로만 이뤄진다.
영입 대상은 노벨상 수상자와 국제학회 회장, 이름있는 국제 학술지 편집위원 등 ‘석학’이라 불릴 만한 교수들로 제한한다. 우선 30개 강좌를 시범 실시하고 이후 확대할 방침이다.
공동강의는 지난해 마련한 ‘교육 품질 제고 프로젝트’ 중 하나다. 모든 단과대가 참여할 수 있도록 인원을 단과대별로 2명으로 제한했다. 박노형 교무처장은 “1회성 특강이 아니라 영어로 된 수준 높은 강의를 들을 수 있어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교수들도 은사 교수들과 사제간의 정을 나누고 인연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좋다”고 평가했다. 고려대는 공동강의에 참여한 교수에게는 업적 평가에 반영하고 별도 강의 수당도 지급할 계획이다.
서강대는 2학기부터 안식년을 맞아 소속 대학에서 강의를 맡지 않는 해외 석학들을 ‘방문교수’로 초청해 강의와 공동 연구를 맡길 계획이다. 석학들은 한학기 또는 1년 동안 머물며 영어 등 외국어로 1과목 이상 가르친다.
올초 국내 대학으론 처음 노벨상 수상자(2006년 화학상)인 로저 콘버그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를 석학교수(University Professor)로 초빙한 건국대는 현재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를 대상으로 추가 영입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세대는 최근 2002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 쿠르트 뷔트리히(스위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 사무총장인 도널드 존스톤(캐나다), 미 스탠퍼드 데이비드 브래디(경영학), 시카고대 수잔 루돌프(정치학), 프린스턴대 재미작가 이창래 교수 등 5명을 언더우드 국제대학 석좌교수로 확정했다.
이화여대도 이화학술원 석좌교수로 2006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 무하마드 유누스 그라민 은행 총재, 2005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 로버트 그럽스 교수, 중성자별을 처음 발견한 조셀린 벨 버넬 교수 등을 임명했다.
성균관대는 최근 3년 동안 노벨상 후보에 오른 이지마 스미오(일본) 교수를 나노과학기술원 원장으로 임명했다. 탄소나노튜브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그는 연구를 총괄하는 동시에 강의도 한다. 서울대도 현재 이장무 총장의 지시로 노벨 수상자 20, 30명을 초빙 교수로 데려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과열 경쟁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서울대의 한 교수는 “해외 석학을 데려오려면 엄청난 예산이 필요하다”며 “그 돈이면 국내의 젊고 유능한 학자, 연구자들을 길러내는 데 요긴하게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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