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노무현 대통령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했다. 노 대통령이 지난 주말 참여정부 평가 포럼 집회에 참석해 한나라당과 한나라당의 대선 주자들을 노골적으로 비난하면서 한나라당 집권 저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는 주장이다. 당시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끔찍할 것”이라고 말했고, 이명박 박근혜 두 주자에 대해서도 사실상의 인신 공격을 했다.
한나라당의 고발과 별개로 선관위는 노 대통령 발언의 위법성에 대해 자체적 판단을 내리기 위한 회의를 내일로 예정하고 있다. 최종 법적 판단의 결과를 떠나 선거 관리의 최종ㆍ주무 기관이 스스로 대통령의 위법을 따져 보겠다는 데서 사안의 심각성은 이미 드러나 있다고 할 수 있다. 한나라당의 고발은 선관위의 이 같은 생각과 궤를 같이 하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것이 상식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한나라당의 고발에 맞서 법률적 반대 의견을 제출키로 했다고 한다. 나아가 선관위가 위법 판단을 내릴 경우 헌법재판소에 소원을 낼 방침이라는 것이다.
거론되는 모든 당사자는 헌법기관들이다. 헌법기관들끼리 헌법과 법률을 놓고 각자 정당성을 주장하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 일견 민주적 시스템의 작동으로 비칠 수도 있지만 아마도 이를 보는 국민은 사상 초유의 혼란과 혼돈을 겪게 될 것이다.
이 사태는 그러나 정밀한 전문적 법적 검토 이전의 문제라고 우리는 본다. 정권 경쟁을 하는 상대를 극렬하게 비난하고 그 집권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저주하다시피 한 현직 대통령은 독재 시절에도 없었다. 청와대가 헌법소원 가능성을 미리부터 언급하고 나선 것은 노 대통령 발언의 위법성을 스스로 감지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노 대통령은 헌법을 “그 놈의 헌법”이라고 말한 사람이다. 헌법을 수호하겠다고 헌법에 따라 선서를 한 대통령이 선관위와 헌재를 통하는 형식 절차를 밟아가며 무도한 정치 투쟁을 벌이려 하고 있다. 그 목적이 한나라당의 집권 저지라는 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지금 이 대통령을 말릴 방도는 헌법기관밖에 없을 듯 싶다. 국민이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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