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 동안 제품 판매가가 260만원대에서 430만원대로 오른 곳과 320만원대에서 220만원대로 떨어진 업종은 각각 어디일까.
답은 철강과 전자 업종이다. 값이 오른 쪽은 포스코의 스테인리스강, 값이 내린 쪽은 삼성전자의 40인치 LCD TV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최근 철강 정유 화학 등 굴뚝 업종들의 주가가 연일 상승하고 있는 반면 IT업체들의 주가는 시들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굴뚝산업이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개발시대의 주역이었지만 IT붐에 밀려 한 때 사양산업으로까지 내몰렸던 굴뚝업종이 다시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세계의 공장'으로 일컬어지는 중국, 그리고 오일달러가 넘쳐 나는 중동의 개발붐에 따라 철강ㆍ중화학 제품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데다, 세계적 구조조정으로 글로벌 업체수가 줄어들면서 공급부족이 빚어져 제품가가 연일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굴뚝 산업의 대표인 철강업은 요즘 표정관리조차 힘든 상태. 올림픽을 앞둔 중국의 수요가 워낙 강해, 제품가가 지속적인 오름세다. 지난해 톤당 48만원이던 열연강판은 최근 52만원으로 상승했고, 스테인리스강은 원료인 니켈값은 같은 기간 톤당 262만원에서 430만원으로 뛰었다.
굴뚝산업은 이미 조정기를 거쳤다. 1990년대 이후 IT붐 속에 뒷전으로 밀려났던 굴뚝산업은 세계적인 구조조정을 마무리지은 상태다. 때문에 업체수가 줄어들어 시장은 안정국면에 접어들게 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플레이어(player)의 수가 감소하며 과당경쟁 보단 담합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철강업체들은 최근 M&A 광풍까지 겹쳐 주가 상승세가 더욱 가파르다. 포스코 주가는 현재 46만원선까지 오른 상태로, "이대로 가면 삼성전자(57만원)를 앞지르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반면 장밋빛 미래를 약속했던 IT업종들은 계속되는 경쟁 심화와 제품가격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다. 전자업종의 경우 1주일에 1%포인트씩 가격이 빠지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1년만 지나면 제품가격은 절반으로 떨어진다. 지난해 6월 450만원대였던 삼성전자의 46인치 LCD TV는 최근 360만원대까지 하락했다. 기술개발이 워낙 빠른 탓이지만, 그만큼 업체수익은 제자리상태일 수 밖에 없다.
IT업종은 진입장벽이 낮아 사실상 무한 경쟁을 벌여야만 한다. 기술의 속도가 너무 빨라 소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중국ㆍ대만업체의 물량공세로 가격폭락세가 이어졌던 D램 반도체가 대표적인 경우다.
자신감을 얻은 굴뚝 업체들은 대규모 설비투자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고도화 설비증설에 2조1,000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고도화 설비란 가격이 낮은 벙커C유에서 휘발유나 등ㆍ경유를 뽑아낼 수 있는 설비로, 투자비가 일반정제 시설에 비해 10배나 크다.
GS칼텍스도 2011년까지 4조원 이상을 투자, 고도화 비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현재 업계에서 고도화 비율이 가장 높은 에쓰-오일도 3조6,000억원을 추가 투자할 방침이다.
석유화학쪽도 투자붐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정밀화학분야 세계1위 도약을 목표로 연산 2만톤 규모인 자동차 타이어 원료인 고무노화방지제(6PPD) 설비를 5만톤까지 증설 추진중이다. 한국바스프도 6,300만달러를 투입, 화력 스팀생산 공정 설비를 건설키로 했다.
김경중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중동 인도 아프리카 국가들이 대규모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나서며 전 세계적으로 중후장대 산업들이 장기 호황 국면에 들어선 상태"라며 "IT 업종은 공급과잉과 무한경쟁에 시달리고 있는 반면 굴뚝 산업들은 유한자원으로 유한경쟁하며 수요가 크게 늘고 있어 앞으로도 계속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