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오촌 당숙(堂叔)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뒤늦게 전해 들었다. 고향 떠나 있으니 오가기 힘들다고 일부러 알리지 않았나 했는데 자살로 숨졌다는 소리를 듣고 “그랬구나” 했다.
장례 때 “남 보기 부끄럽다”고 참석하지 않은 친척도 있었다고 한다. 자살을,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던 고인(故人)의 고통스런 심경이 돼 헤아리기보다 감춰야 할 집안의 수치로 여기는 사람이 한국 사회에는 적지 않은 것 같다.
지난 달 19일 이라크 아르빌의 자이툰 부대에서 숨진 오모 중위의 사인이 결국 ‘소총 자살’로 결론 내려졌다. 군 인사법 등에 따르면 자살자는 특별한 공적이 없을 경우 ‘순직’ 처리되지 않는다. 국립묘지에 묻힐 수도 없다. 오 중위 역시 국립묘지 안장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군(軍)의 판단이다.
하지만 오 중위가 군에 복무하지 않았더라면, 설사 동기가 개인적인 것이라 하더라도 목숨을 끊을 정도의 극한 상황에 내몰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보살핌 받을 기회가 더 많았을 수도 있다.
그래서 “복무 중 장병의 사망은 사인이 무엇이든 국가 책임이며 국립묘지에 안장하는 것이 옳다”(이해동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장) “자살에 이른 환경이나 여건이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면 국립묘지 안장을 더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김정복 국가보훈처장)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국방부는 한때 군내 자살자를 위한 별도의 묘지를 검토하다 반대 여론에 밀려 없던 것으로 해버렸다. 자살자를 혐오스러워 하는 낡은 국민 정서에 여전히 얽매여 있는 모습이다. 충성심 넘치는 장병만으로 나라를 지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국방부가 군에서 스러져간 모든 가엾은 영혼을 보듬어 안는 노력을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
김범수 사회부 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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