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환율 하락과 일본 업체의 공세로 주춤했던 현대자동차가 최근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을 바탕으로 재도약의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시장조사기관으로부터 일본 도요타의 렉서스 모델보다 성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가 하면, 미국 판매도 상승 추세로 반전했다.
5일 현대차에 따르면 미국의 자동차 전문지인 '모터트렌드'가 현대차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베라크루즈를 '차량 가치와 럭셔리의 이상적 조합'이라며 렉서스의 RX350보다 한수 높게 평가했다. 모터트렌드는 디자인, 제원, 주행성능, 인테리어, 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비교 평가한 뒤 베라크루즈가 RX350보다 우수하다고 결론 지었다.
모터트렌드는 성능 측면에서 "6단 변속기를 채택한 베라크루즈가 5단 변속기를 채택한 RX350보다 변속이 더 빠르고, 특히 거친 노면에서 변속이 더 부드럽다"고 평가했다. 핸들링, 그립, 가속, 제동성능을 시험한 '8자 주행테스트'에서도 베라크루즈 주행 시간이 RX350보다 2.1초 빠르고, 핸들링도 우수했다고 밝혔다.
모터트렌드는 RX350이 2열 시트를 적용한 것과 달리 베라크루즈는 3열 시트를 적용, 넉넉한 실내 공간을 제공하고 있는 점과 베라크루즈의 조작 버튼 및 스위치가 운전자가 이해하기 쉽게 배치된 것도 장점으로 꼽았다.
미국 샌디에이고의 시장조사기관인 '스트래티직 비전'도 그랜저TG(현지명 아제라), 싼타페, 쏘렌토 등을 미국에서 팔리는 동급 차종 가운데 가장 우수한 모델로 선정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현대ㆍ기아차가 1위를 차지한 모델이 없었다"며 "환율 하락 등에도 불구하고 현대차의 품질 경쟁력이 꾸준히 높아져 세계 최고수준에 이르렀음을 뜻한다"고 말했다.
스트래티직 비전은 미국 소비자 2만7,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그랜저TG를 대형 승용차 부문에서 1위(901점)로 꼽았다. 또 싼타페는 소형 SUV부문에서, 기아차 소렌토는 중형 SUV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기아차 카니발(현지명 세도나)과 미국에서만 팔리는 현대차 앙투라지도 미니밴 부문에서 닛산의 퀘스트와 함께 '최고의 차'로 공동 선정됐다.
스트래티직 비전의 설립자인 대럴 에드워즈 최고경영자(CEO)는 "현대차의 성능 향상은 회사 경영진이 중장기 비전을 갖고 품질에 대한 지속적인 리더십을 발휘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품질과 성능에 대한 미국 현지언론의 긍정적 보도가 잇따르면서 현대ㆍ기아차 판매도 다시 증가세로 반전했다. 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현대ㆍ기아차의 미국 시장점유율은 4.7%로 지난해 같은 기간(4.5%)보다 0.2%포인트 높아졌고, 5월 이후에도 판매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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