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산하 3개 공공기관이 한반도대운하 타당성 조사 보고서를 작성한 것에 대해 이명박 전 서울시장측이 국회 국정조사 추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 사안을 활용해 대운하에 대한 지금까지의 수세적 분위기를 공세적 모습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노무현 대통령과의 대립각 형성이 나쁠 게 없다는 인식도 담겨 있다.
이 전 시장 캠프 기획본부장인 정두언 의원은 5일 "청와대가 보고서 작성 지시에 대해 부인하지만 (진상이) 밝혀질 것"이라며 "만약 밝혀지지 않으면 국회에서 국정조사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보고서 표지에 '대외주의'라는 표시가 있고 앞부분에는 'VIP(대통령)께서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운하가 우리 현실에 맞느냐고 말씀했다'는 내용이 있다"며 "이는 정치공작의 증거"라고 주장했다.
국정조사 추진과 관련,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도 "이번 보고서는 야당 죽이기라는 정치공작 차원에서 진행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당 차원에서 본격 검토는 하지 않았지만 국정조사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측은 노 대통령의 직접 해명도 요구했다. 진수희 캠프 대변인은 "누가 정략적 목적의 보고서 작성을 지시했고, 어느 선까지 보고 됐는지, 대통령은 직접 보고를 받았는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며 "청와대 대변인의 해명 정도로는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 어렵고 대통령이 직접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고서 내용을 대통령 연설문 작성 때 참고 자료로 활용했는데도 청와대가 관계없다고 발뺌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 전 시장측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측도 겨냥했다. 보고서를 이 전 시장에 대한 공격거리로 삼지 말라는 경고다. 박형준 대변인은 "박 전 대표측이 보고서 의도는 불순하지만 내용은 타당하다는 식의 궤변을 펴고 있다"며 "3개월 만에 만든 정략적 조사 결과가 어떻게 타당하냐"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박 전 대표측의 유승민 이혜훈 의원이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3개 기관이 현 정권의 지시로 (대운하) 타당성 조사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한 사실을 지목하며 "이는 박 전 대표측이 보고서의 존재를 알고 있었거나 사전에 입수했다는 얘기여서 사실 확인이 더욱 필요해졌다"고 주장했다.
대운하 공방에 대해 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건설교통부 장관을 불러, 내가 (운하 관련 조사를) 지시하려고 했는데 정확히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 내놓은 공약을 정부 기관이 연구ㆍ조사ㆍ보고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