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타나모 미 전범재판소의 판사들이 4일 전범으로 재판에 회부된 수감자 2명의 혐의를 기각, 테러 용의자들을 군사법정에 세우려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피터 브라운백 육군대령과 드와이트 설리번 해군대령 등 미 군사법정 판사들은 지난해 미 의회가 입안한 법에 따라 기소된 관타나모 수감자들에 대해 재판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오마르 카드르와 셀림 아메드 함단 등 2명의 혐의를 모두 기각했다.
카드르는 2002년 15살의 나이로 아프가니스탄 전에 참가, 미군을 살해하고 부상시킨 혐의로 기소돼 5년 동안 수감생활을 했다. 오사마 빈 라덴의 운전기사였던 함단은 지난해 전쟁포로가 아닌데도 군사법정에 세우는 것은 위헌이라고 미 대법원에 청원, 승소하기도 했었다. 이 사건 이후 부시 대통령은 테러범을 재판하기 위한 군사위원회법 제정을 의회에 요청해 통과시켰다.
그러나 현역 대령인 두 판사는 이날 “ 군사위원회법은 ‘불법적인 적(敵) 전투원(unlawful enemy combatants)’들을 군사위원회라는 군사 법정에 세울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하지만 기소된 두 사람은 단순한 ‘적 전투원’으로 확인됐을 뿐 ‘불법적’임을 확인하지는 못했다”고 기각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판결은 테러범들이 ‘합법적’이라면 제네바 협정에 따른 전쟁 포로 신분으로 취급해야 한다는 사실을 군사 법정이 다시 인정한 것으로 풀이돼, 향후 다른 관타나모 수감자 재판에 큰 파장을 가져올 전망이다.
현재 관타나모 수용소에는 테러조직 알 카에다와 탈레반에 연계됐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약 380명의 테러 용의자들이 수감돼 있는데 이들 모두 ‘불법적 적 전투원’으로 분류되지 않고 있다. 군 검찰은 항고할 뜻을 밝혔으나, 관타나모 수감자에 대한 재분류 작업 또는, 군사위원회법의 개정 작업 등 후속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