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적’에게는 확실히 꼬리를 내리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얘기가 확 달라진다. 한화는 유독 삼성에 약하다. 지난해 정규시즌에서 7승11패로 눌린 데 이어 한국시리즈에서도 1승1무4패로 무릎을 꿇었다.
한화의 삼성 징크스는 올해도 계속됐다. 한화는 지난 주말 대전 홈 3연전을 모두 내주며 1위에서 3위로 내려앉았다. 한화는 3경기 동안 고작 13안타에 2득점의 극심한 빈공에 시달렸다. 그 결과 올시즌 삼성에 2승5패로 절대 열세다.
반대로 삼성의 천적은 현대다. 2004년 한국시리즈에서 9차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삼성을 꺾었던 현대는 올시즌에도 6승2패의 절대 우위를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정글의 세계’는 물고 물리는 또 다른 천적 관계를 낳기 마련이다. 지난 주말 사자가 휘두르는 날카로운 발톱에 털이 다 뽑혔던 독수리들이 엉뚱하게 삼성 킬러 현대를 제물 삼아 복수를 했다.
한화는 5일 수원 현대전에서 홈런 3방을 포함해 17안타를 폭발시키는 특유의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앞세워 15-1 대승을 거두며 3연패에서 벗어났다. 한화는 4-1이던 7회 무려 16타자가 나와 11점을 올리며 간단히 승부를 갈랐다. 한 이닝 11득점은 지난 3일 롯데가 부산 KIA전에서 작성한 10득점을 넘은 올시즌 최다기록. 역대 한 이닝 최다득점은 13점으로 모두 4차례 있었다.
한화의 ‘특급용병’ 크루즈는 투런 홈런 2방을 포함해 4안타 6타점을 올리는 원맨쇼를 펼치며 삼성 양준혁, 팀 동료 김태균과 함께 홈런 공동 1위(13개)에 올랐다. 최근 타격 부진 탓에 김인식 감독으로부터 ‘트레이드 경고’를 받은 이범호도 4회 중월 솔로포를 쏘아올렸다.
경기 후 김인식 감독은 “뭐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안 맞던 방망이가 오늘은 폭죽처럼 터졌다”며 만족스러워했다. 한화는 방문 8연승.
단독 선두 SK는 잠실 LG전에서 8-3 승리를 거두고 5연패 후 다시 연승을 달렸다. 잠실 4연패 및 방문 6연패 끝. 삼성은 대구 롯데전에서 4-2로 승리, 4연승을 달렸다. 한때 롯데전 12연승을 달렸던 삼성 선발 전병호는 6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며 ‘거인 킬러’다운 면모를 다시 한번 과시했다. 시즌 4승.
마무리 오승환은 14세이브로 LG 우규민, 이날 세이브를 추가한 SK 정대현과 함께 이 부문 공동선두로 나섰다. 삼성 양준혁은 안타 2개를 추가하며 개인통산 첫 2,000안타에 5개만을 남겨뒀다.
광주에서는 두산이 KIA에 10-4 대승을 거두고 KIA를 4연패의 늪으로 몰아넣었다. 두산은 팀 통산 4번째 1만3,000득점을 달성했고, 4번 타자 김동주는 46경기 연속 출루 기록을 이어갔다.
한편 이날 1~4위 팀이 모두 승리하며 1위와 8위의 승차가 5월23일 이후 처음으로 8경기로 벌어졌다.
이상준기자 jun@hk.co.kr수원=최경호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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