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공무원연금공단의 요청에 따라 공무원의 신용대출에 대해 '특별히 낮은' 금리를 적용한다고 한다. "공무원들은 일반인보다 신용이 월등하고 퇴직금을 일종의 담보로 제공하기 때문"이란다.
어떤 업종보다 위험 관리에 뛰어난 은행들이 나름대로의 기준을 세워 특정 직종의 금리를 낮춰 줬다니 제 3자가 끼여들 여지가 없어 보인다. 더구나 물건을 더욱 싸게 받겠다는 것 아닌가. 문제는 이른바 은행권의 신용 기준이 고무줄 같고 무원칙하다는 점이다.
한국일보가 입수한 한국개인신용(KCB)의 자료에 따르면 공무원들의 평균 신용점수는 1,000점 만점에 730점으로 근로소득자 전체 평균인 714점보다 조금 높을 뿐이다.
교육계(764점) 공기업ㆍ공공단체(762점) 금융계(751점) 의료계(745점) 언론계(738점)에 비해선 크게 낮다. 특히 공무원 중 신용도가 낮은 하위 10%의 평균 점수는 사실상 최하위 등급에 속해 본인 신용만으로는 대부분 대출이 불가능한 집단에 속한다.
그런데도 시중 은행들은 공무원이면 개인의 신용도와 무관하게 일반인 신용대출보다 최대 6%포인트가 낮은 우대 신용대출 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심지어 주택을 담보로 대출 받는 일반인보다 최대 0.9%포인트 낮은 것도 있다.
사정이 이러니 공무원과 일반인이 똑같이 5,000만원을 대출 받더라도 공무원은 연간 300만원 정도의 이자를 덜 내는 혜택을 누린다. 같은 땅에 살면서 차별도 이런 차별이 없다.
국민의 세금으로 안정된 직장을 향유하고 퇴직 후에도 물 좋은 연금 혜택을 받는 집단이 은행대출 특혜까지 받는다고 배 아파서 하는 말은 아니다. 직종과 관계없이 개개인의 신용도를 따져온 은행들이 갑자기 '공무원 신분'에 특권을 주는 배경이 수상하다는 말이다.
정부청사에 입주한 농협지점이나 현금인출기를 이용하면 일체의 수수료를 면제해 주는 사실이 최근 드러나 물의를 빚은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은행들이 국민의 머슴인 공무원은 주인으로 섬기고 주인은 머슴으로 홀대하는 이상한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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