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은행들은 공무원 신용대출 금리를 잇따라 인하했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의 요구에 따른 조치였다. 이에 따라 공무원들이 본인 신용으로만 받을 수 있는 대출 금리가 일반인이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을 수 있는 금리보다 낮아지는 기현상이 연출됐다.
더구나 최근 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상승하면서 일반인 대상 대출 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해 온 것과는 대조적이다. 은행들의 해명은 이렇다. "공무원들은 일반인보다 신용이 월등하고, 퇴직금이 일종의 담보 역할을 하기 때문에 금리가 낮을 수밖에 없다." 과연 타당한 해명일까. 아니면 공무원에 대한 특혜일까.
4일 개인신용평가회사인 한국개인신용(KCB)이 자체 보유 정보를 토대로 분석한 '4월말 기준 직종별 신용평점' 자료에 따르면 공무원들의 평균 신용점수는 1,000점 만점에 730점으로 근로소득자 전체 평균인 714점보다 조금 높았다.
일반 기업체에 근무하는 직장인 평균점수(701점)와 비교하면 공무원의 신용이 다소 높기는 했지만, 교육계(764점)와 공기업ㆍ공공단체(762점)는 물론 금융계(751점), 의료계(745점), 언론계(738점)에 비해서도 신용 점수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공무원 중 신용도가 낮은 하위 10%의 평균 신용점수는 502점으로, 근로소득자 전체 평균 점수보다 무려 200점 이상 낮았다. 1~10등급으로 분류되는 신용등급으로 환산하면 최하위 등급을 간신히 면한 8등급 수준으로, 본인 신용만으로는 대출이 거의 불가능한 저신용자들이다.
공무원들의 신용이 이처럼 낮은데도 불구하고 공무원과 일반인들의 대출 금리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는 추세다. 신한은행은 4월말부터 신용대출 상품인 '탑스 공무원 우대론'의 가산금리를 종전 1.20~1.50%에서 0.90~1.20%로 0.3%포인트 인하했다.
이에 따라 공무원 신분이면 누구나 본인의 신용과 무관하게 일반인들이 주택담보로 받는 대출 금리(연 6.02~7.12%)보다 최대 0.9%포인트 낮은 연 5.92~6.22%의 금리로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다. 농협의 공무원 가계자금 대출 최고금리도 연 6.32%로 일반 주택담보대출 최고 금리(7.02%)에 비해 0.7%포인트 낮게 책정돼 있다.
국민, 우리, 하나 등 다른 은행들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일반 신용대출 금리와 비교하면 최대 6%포인트 이상 차이가 나는 수준이다. 한마디로 공무원과 일반인이 5,000만원 대출을 받을 경우 연간 300만원 가량의 이자 부담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물론 은행과 공무원연금관리공단측 해명처럼 공무원 신용대출은 퇴직금의 50%를 담보로 하는 계약서를 작성하는 등 신용대출과 담보대출의 중간 성격을 띠고 있어 손실 위험이 적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엄격한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를 적용하는 주택담보대출보다 안정성이 높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다.
평균 이상의 신용을 보유한 공무원들이라면 모를까, 8등급 이하의 저신용 공무원에게까지 주택담보대출보다 낮은 금리의 신용대출을 해주는 것은 명백한 특혜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 심사에도 개인 신용도를 반영해 위험을 줄이라는 것이 금융감독 당국의 기본 방침"이라며 "공무원 신용대출이 퇴직금 일부를 담보로 하고 있다지만 개인 신용도와 무관하게 일률적으로 초저금리 대출을 해주는 것은 감독 당국의 방침과도 어긋나는 특혜 조치"라고 지적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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