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과 비정규직의 평등을 보장하기 위한 노동부의 '차별시정 안내서'가 겉돌고 있다. 지난달 초 정부가 비정규직법(기간제ㆍ단시간ㆍ파견근로자에 관한 법률 3가지)에 대한 시행령을 입법예고했으나 내용이 추상적이고, 노동계와 경영계의 요구를 얼버무린 수준이었기에 우리는 정부의 세심한 준비를 촉구한 바 있다.
하지만 그제 내놓은 안내서 역시 법률이나 시행령을 재해석하는 데 머무르고 있어 논란을 불식하기엔 많이 미흡하다.
노동부가 법률적 효력이 배제된 안내서 형태로 마무리하려는 고충은 이해할 수 있다. 입법 이후 시행령을 둘러싸고 노ㆍ사 양측이 모두 불만을 표시한 가운데 '제2의 비정규직 투쟁'도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7월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발표된 안내서가 여전히 논란의 여지를 안고 있는 것은 '앞으로 문제가 생기면 법에 따라 혼낼 테니 노ㆍ사가 알아서 잘 하라'는 식의 무책임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핵심은 '합리적 차별'의 해석과 적용이다. 안내서는 '임금 휴가 학자금 등에 대한 평등'을 강제하면서 '합리적 차별'을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 '합리'를 둘러싸고 앞으로 얼마나 많은 노ㆍ사분쟁이 발생할 것인지 뻔하다.
노동계는 추상적 내용이어서 사용자들이 비켜갈 여지가 많다며 반발하고, 경영계는 원칙과 예외를 구별할 기준에 난감해 한다. 근로자 스스로 차별이라고 여기면 노동위원회에 시정을 신청하고, 그것이 차별이 아님은 기업이 증명해야 한다니 투쟁과 시위로 얼룩졌던 입법 이전의 상황과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
국민과 정치권 공감대로 노ㆍ사 양측에 양보를 강요하다시피 만들어진 비정규직법에 대해 정부가 성의를 덜 보이는 것은 유감이다. 굳이 안내서 형식을 빌리겠다면 최소한 '합리적 차별'에 대한 안내엔 논란의 여지를 없애야 했다.
각종 비(非)법정 수당이나 관행적 휴가, 임금의 잣대가 될 수 있는 권한ㆍ책임ㆍ생산성ㆍ업무영역에 대해 구체적 기준설정 방안 등이 제시됐어야 했다. 제2, 제3의 안내서라도 계속 개발해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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