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 헌책방 거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헌책방 거리

입력
2007.06.05 00:13
0 0

'서재의 책꽂이를 훑어볼 때마다, 으레 나는 찰스 램이 "누더기를 걸친 노병들"이라고 부른 바 있는 헌 책들을 생각하게 된다.' 작가 조지 기싱의 수상록 <고백> 은 이렇게 이어진다.

'그렇다고 내가 소장하고 있는 책 전부가 고서점에서 구입되었다는 뜻은 아니다. 내 수중에 처음 들어왔을 때, 그 중의 여러 권은 산뜻한 표지의 새책이었고, 몇 권은 향긋한 장정에다 당당한 풍모까지 갖추고 있었다…' 수필가 램이나 작가 기싱 등 옛 영국 문인들이 헌책을 포함하여 책에 보여준 애정은 유별나 보인다.

▦ 웨일스지방의 '헤이온와이'라는 마을을 보면, 영국은 지금도 그러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 헌책 마을은 주택과 창고, 고성 등이 수리되어 고서점으로 영업 중이다. 75만 권의 장서를 갖춘 37개 고서점 중에는 번듯한 쇼윈도가 있는 곳도 있지만, 창고 수준의 가게도 있다.

주민은 그곳에 살면서 자기 집을 서점으로 운영하고 있다. 하루 1,000명에 이르는 방문객은 책에 적힌 가격대로 마련된 통에 돈을 넣으면 된다. 해마다 5월말에는 문학축제도 열린다. 16개 갤러리도 들어서 낭만을 더해주는 이곳은 휴양지로도 이름을 얻어가고 있다.

▦ 일본 도쿄 한복판에 간다 고서점가가 있다. 세계에서 다독으로 유명한 일본인들은 사철 이 고서점가를 누비고 다닌다. 제2의 도시인 오사카의 한큐 3번가에도 비슷한 대규모 헌책방 거리가 있다.

반면 1960~70년대에 번성하던 서울 청계천 고서점가는 지금 규모가 줄어 빈약해졌다. 취급하는 책 종류도 다양하지 않다. 그러나 헌책에 대한 애착과 번듯한 고서점가를 만들어 보려는 뜻을 가진 이들도 적지 않다.

▦ 농촌적 감성의 시를 써온 홍일선 시인은 지난해 경기 여주시 도리 마을에 정착하여, 남한강변에 헌책방 거리를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헌책방 마니아'인 최종규씨는 최근 고서에 대한 관심을 확산시키기 위해 1인 잡지 <우리 말과 헌책방> 을 발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개인의 이런 시도나 노력이 제대로 모아져서 결실을 보지는 못하는 한계가 있다. 책 안 읽고, 안 사는 국민적 세태에 대한 정부나 언론의 염려는 지극하다. 하지만 언제나 구두선일 뿐,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고서점 문화에 대한 배려나 진흥정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박래부 논설위원실장 parkrb@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