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개혁통합신당과 민주당이 4일 ‘중도통합민주당’ 창당을 공식 선언하면서 범여권 통합 문제를 둘러싼 여권 내 4개 정파 간의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대통합의 명분을 선점하는 동시에 몸집을 불리지 못할 경우 어느 세력이든 도태될 수밖에 없는 게임이 시작된 것이다.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다급해졌다. 2ㆍ14 전당대회에서 대통합의 전권을 위임 받은 시한이 불과 열흘 남짓 남았지만 아직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대철 고문 등이 이미 15일 탈당을 공언한데다 통합민주당 출범으로 호남권 의원들의 동요가 커질 경우 탈당 도미노 현상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우리당 지도부는 외견상으로는 통합민주당 출범을 “대통합과는 거리가 먼 총선용 소통합”(정세균 의장)으로 평가절하하는 동시에 기존에 추진해온 시민사회세력과의 제3지대 신당 창당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14일 전에 뭔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물론 내부에선 “통합민주당이 대통합의 첫 단계가 될 수도 있지 않느냐”(전남지역 소장파 의원)는 식의 ‘흔들림’도 없지 않다.
정대철 고문을 비롯한 2차 탈당그룹은 다소 맥이 빠지게 됐다. 집단 탈당 이후 시민사회세력과 신당추진위를 함께 꾸리면서 기존 탈당파 일부를 포괄하겠다던 계획이 무산됐기 때문.
문학진 의원은 탈당 의사를 거듭 밝힌 뒤 “특정세력 배제론의 불씨가 완전히 꺼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통합민주당과 선을 그었지만, 일부 의원들은 개별적으로 우리당을 탈당한 뒤 통합민주당에 합류하는 방안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친노(親盧) 강경파는 통합민주당 출범과 무관하게 분주하다. 이병완 전 청와대비서실장, 안희정씨를 주축으로 한 참여정부평가포럼은 이달 중에 전국적으로 14개 지부를 발족시킬 계획이고, 노사모는 16일 전국 총회에 노무현 대통령을 초청키로 했다.
대표적인 통합론자인 이해찬 전 총리가 4일 재야 출신 의원들과의 오찬에서 “제3지대 신당 창당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역설했지만, 친노 강경파는 사실상 독자세력화 수순을 밟고 있다.
이처럼 각 정파간 긴장이 높아지고 있지만 역시 대통합 주도권 확보의 관건은 “유력 대선주자를 누가 확보하느냐”“시민사회세력의 지지를 누가 업느냐”(수도권 재선의원) 등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목희ㆍ우원식ㆍ박영선 의원 등이 주도하고 있는 ‘국민경선추진위’가 주목 받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4일 추진위 모임에 참석한 의원만 30여명에 이르며, 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 등이 추진위 활동에 힘을 싣고 있다. 범여권에 발을 디딘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어느 쪽 배를 타느냐도 관심 거리이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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