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미국 민주당의 두 유력 차기 대권주자인 힐러리 클린턴과 배럭 오바마 상원의원을 공평하게 지원해 이 같은 베팅 ‘포트폴리오’의 배경을 두고 설이 분분하다.
3일 미 언론에 따르면 버핏은 26일 뉴욕에서 열리는 힐러리 의원의 후원금 모금행사를 주관할 예정이다. 칵테일 파티 형식으로 열릴 후원회는 제한된 수의 행사 티켓을 ‘젊은 금융가(Young Wall Street)’들에게 500달러에 제공하고, 나머지 참석자들에게는 법적 한도인 1,000~4,600달러의 후원금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버핏은 또 클린턴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오바마 의원의 선거 캠페인도 지원할 계획인데, 수개월 내 오바마 의원을 위한 후원금 모금 행사도 주관할 예정이다.
버핏의 이 같은 양다리 행보는 통상 가장 유력한 후보 1명을 선택, 그에게 ‘올인 베팅’해온 미국 재계의 관행을 벗어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 정치권은 투자의 달인답게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투자 격언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라며 대체로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반면, 당선 가능성이 엇비슷한 두 후보에게 모두 베팅해 어떤 경우에도 실패하지 않으려는 노회한 투자가의 전략이 담긴 게 아니냐는 빈정거림도 나온다.
버핏은 지난달 9일 한 인터뷰에서 “클린턴이든, 오바마든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면 기꺼이 지원할 것”이라며 두 주자 모두에 대한 투자 의사를 분명히 했다.
한편 월스트리트에선 지위와 계층에 따라 클린턴과 오바마의 지지도에 미묘한 차이가 나타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를 대표하는 씨티그룹과 골드만삭스의 경영진들은 클린턴 의원이 두 차례의 상원의원 선거를 치르는 동안 전폭적인 지원을 해 왔다.
그러나 연방선거위원회가 집계한 1분기 대선 모금액 통계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의 일반 직원들은 1분기 중 오바마에게 더 많은 후원금을 기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월스트리트에서도 미국의 전반적 경향과 비슷하게 상층부 인사들은 힐러리를, 중간 이하 층들은 오바마를 더 지원하는 것으로 나타난 셈이다.
뉴욕=장인철 특파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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