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들은 외교안보 정책에 비해 경제 정책에서 조금 더 보수적인 색채를 드러냈다.
‘이념지수 0은 대단히 진보적, 5는 중도적, 10은 대단히 보수적’이라고 전제할 때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6(중도보수),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5(중도), 김근태 전 우리당 의장은 4(중도진보)라고 자신의 이념 성향을 규정했다. 모두 시장 경제를 지지하지만 실제 정책을 구현하는 방법론에서 차이를 보여 생긴 편차다.
지난해 12월 본보가 실시한 대선주자 정책 지상청문회에서 자신들의 이념 지수를 5.5라고 규정했던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는 경제분야에서는 반 클릭 오른쪽으로 갔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지지층을 의식하며 중도보수 성향을 명확히 한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은 같은 중도보수 성향임에도 구체적 방안에서는 입장을 달리하기도 했다. 성장ㆍ분배 문제에 있어 이 전 시장은 성장 쪽에 무게를 뒀다. 반면 박 전 대표는 ‘정부 효율화를 통한 복지예산 확보’ 방안을 제시하면서도 성장과 분배 어느 쪽에도 비중을 두지 않는 듯한 답변을 했다.
결과적으로 이 전 시장이 조금 더 보수적인 경제관을 제시한 셈이 됐다. 반면 국가 부채 문제에서는 박 전 대표가 “대폭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이 전 시장은 “일정 수준 줄일 필요가 있다”고 대답해 박 전 대표가 상대적으로 더 보수적 입장에 섰다.
지난달 실시한 외교안보 분야 조사에 비해 손 전 지사(당시 4)와 정 전 의장(당시 4)이 각각 두 클릭, 한 클릭씩 우측으로 이동한 결과도 눈에 띈다. 손 전 지사의 경우 지사 시절부터 대북정책에서는 진보성을 드러내면서도 동시에 친기업적 성향을 보였던 경제 정책관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정 전 의장은 참여정부의 대표적 경제 정책인 금산분리 원칙, 종합부동산세 등에 대해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도 현 정부에서의 양극화 심화와 중산층 붕괴를 한국 경제의 당면 문제로 꼽았다.
재야 민주화 운동 경력을 갖고 있는 김 전 의장은 외교안보에 이어 경제 분야에서도 중도진보 성향을 보였다. 김 전 의장은 특히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를 ‘신자유주의적 경제 운용’이라고 꼽아 진보 성향을 명확히 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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