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식사 지원 학생 비율 31%, 학비 지원 비율 27%, 기초생활수급자 비율 28%…’
일면 달동네 학교를 연상시키는 통계 수치지만, 놀랍게도 서울 강남구 A중학교의 현실이다. ‘최고 부자동네’라는 말이 무색하다. 이 학교 교장은 “말이 강남이지 아마도 서울에서 가장 교육여건이 떨어지는 학교일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A중이 ‘가난한 강남 학교’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분명했다. 재학생의 70% 이상이 저소득층이 밀집한 총 4,000세대 규모의 영구임대아파트에 주소를 뒀다. 660명이 넘는 재학생 중 183명이 기초생활수급자 자녀다. 소녀ㆍ소녀가장만 14명이고, 학교가 지원을 하지 않으면 점심을 당장 굶거나(205명) 학업을 중단해야(178명) 하는 학생들도 상당수다. 차상위계층까지
포함하면 최저생계비 마련도 힘든 극빈층 자녀가 전체의 절반에 육박할 것이라는 게 학교측 분석이다. 맞벌이 부부와 결손가정 자녀도 적지 않다. 학교 운영비가 부족하다 보니 그 흔한 냉ㆍ난방 시설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이 학교는 최근에야 ‘좋은 학교 만들기’ 작전에 돌입했다. “가난의 대물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논리로 지역 사회와 학부모들에게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오후 8시30분까지 공부방을 운영하거나 학부모를 위한 별도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강남구의 B, C초등학교도 사정은 비슷하다. 기초생활수급자 자녀가 B초등은 40명, C초등은 46명에 달할 정도로 재정이 열악하다. 이런 상태로는 더 이상 학교 운영이 힘들다고 판단한 이들 학교가 정부에 손을 내밀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4일 강남구 초ㆍ중학교 3개를 포함해 전국 30개 지역 156개 학교를 교육복지투자 우선지역 지원사업 대상자로 신규 선정했다.
2003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이 사업은 교육부가 이른바 ‘가난한 학교’에 별도 예산을 배정하는 것으로, 서울 강남구 소재 학교에 지원이 이뤄지기는 처음이다. 강남구 3개 학교에 대한 지원 예산은 향후 5년간 총 40억원 규모이며,
올해에만 6억6,000만원이 지원될 예정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복지투자 예산은 방과 후 프로그램 확대 등 학습 결손을 보완하거나 도서관 리모델링 등 교육여건 개선에 주로 쓰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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