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이후 한국 문학을 추동해 온 중요한 힘으로서 섹슈얼리티에 주목하는 연구 결과들이 나왔다. 계간 시작이 ‘연애ㆍ섹슈얼리티ㆍ에로티시즘’이란 특집으로 한국 현대시를 보는 새 틀을 제공하고, 근대한국학연구소는 섹슈얼리티가 전면 대두하게 되는 시점을 밀어 올려 단행본까지 펴냈다.
“그들은 번갈아가며 서로의 가랑이 사이에서 식칼을 꺼낸다 칼끝이 휘어진 부엌칼을 치명적인 회전문 그것들은 서로를 향해 광견처럼 짖어댄다.”(김언희 <그것들은 서로를> 중에서) 성기가 ‘식칼’이라면 애무는 ‘시간(屍姦)’이다, 여기서 지금껏 낭만적으로 비쳐진 성적 이미지는 철저히 탈신비화한다. 평론가 함돈균씨는 계간 시작에 쓴 <권태의 섹슈얼리티, 볼모성의 시 쓰기> 에서 “지나치게 사실적이어서 낯설게 느껴지는 이미지”라며 “에로스가 탈색된 권태 시대의 공허를 뜨거운 핑크빛으로 은폐하고 있다”고 <그것들은 서로를> 에 대해 지적했다. 그것들은> 권태의> 그것들은>
함돈균씨는 또 <봉인된 여자> 등 김이듬 시인의 작품을 두고 “어둠 속에서 사산을 반복하는 고독한 생의 형식에 대한 메타포”라며 “불모의 세계가 지는 불모성을 ‘무용한’ 예술적 형식으로 드러내는 정직한 시적 자의식을 강하게 견지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작품 속의 성적 표현은 “권태라는 옷에 내재한, 한없이 강렬한 에로티시즘의 증거”라는 것. 봉인된>
이재복 한양대 국문과 교수는 서정주, 김지하 등의 시에 짙게 배어 있는 관능성의 순기능에 주목한다. 그는 “이성 중심의 순수와 신성에 대한 과도한 집착으로 우리 현대시는 빈약해 지고 있다”며 주의를 요청했다. 이혜원 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는 “물신과 권력이 개인의 무의식에까지 침투하는 이 시대는 관능과 낭만이 공존하는 연애시에 대한 거대한 횡포로 작용한다”고 지적하고 허수경 등 에로티시즘을 통해 타자와의 소통 가능성을 탐색하는 최근 일부 시의 흐름을 새로운 가능성으로 들었다.
한편 성균관대 이혜령 교수는 근저 <한국 근대 소설과 섹슈얼리티의 서사학> 에서 “민족주의냐 사회주의냐를 떠나 여성성은 하층민적 가치와 동일시됐다”며 “이는 남성이 금력과 도덕의 주체로, 가부장제적 폭력을 강제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또 “일제 시대의 룸펜이나 지식인이 아내의 불륜을 대놓고 정죄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가부장제가 폭력적으로 강제되는 세계라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한국>
이형권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시작에 발표한 평론 <시(詩), 성(性), 시성(詩性)> 에서 “우리 시의 새로운 경지를 열어 줄, 진정으로 아름답고 섹시한 시를 위하여 성적 이미지가 더 활용되기를 기다린다”고 밝혔다. 시(詩),>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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