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주영(68)씨가 장편 <멸치> 이후 5년 만에 창작에 나섰다. 장편 <붉은 단추> 를 월간 <현대문학> 6월호부터 연재하기 시작한 것. 항구마을 활어가게의 수조에서 게가 대차게 탈출을 감행하는 광경을 그린 도입부가 독자를 압도한다. 걸쭉한 입담과 질감 있는 묘사는 긴 공백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감각이 여전히 ‘현재형’임을 보여준다. 현대문학> 붉은> 멸치>
김 씨는 이번 작품의 부제를 ‘최근에 있었던 옛날 이야기’라고 붙였다. 현재의 심층에 잠복하면서 여전히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과거를 문제삼겠다는 것이다. 그 과거란 다름 아닌 한국전쟁이다. 그는 “전쟁과 무관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전후세대들도 알고 보면 가족 해체 등 전쟁의 상처 한복판에 서 있음을 보여주려 한다”고 말한다. 이에 더해 고통받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세워 한국 현대사를 살아가는 존재들이 겪는 질곡을 복합적으로 보여줄 예정이다.
짧은 장편(원고지 1,200매 가량)이 될 이번 소설은 경북 영덕군 강구항(도입부의 배경)에서 강원 삼척까지 주인공의 여정을 따라 전개된다. 여행 길에서 주인공은 두 가지 고통스러운 기억을 번갈아 떠올린다. 하나는 어린 시절 친부모로부터 심한 매질을 당하며 학대받던 기억이고, 또 하나는 결혼 후 영문도 모른 채 시어머니와 남편에 의해 3년 간 초막에 감금 당한 기억이다. 각각은 여성으로서 겪는 고통과 전쟁이 남긴 상처를 형상화하게 된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이념이 아닌 사랑에 매혹되는 것이 진정한 삶의 모습임을 보여주려 한다”고 귀띔한다.
71년 등단 이후 거의 해를 거르지 않고 작품을 썼던 작가의 이력에 비춰볼 때 5년은 길디긴 휴지기였다. 이에 대해 그는 “맡고 있는 문화재단 일이 바빠진데다, 하루 2갑씩 피우던 담배를 몇 년 전 끊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한다. 창작에 전념하기 힘든 환경이다 보니 최근엔 플롯이나 문장이 떠오를 때마다 적어둘 수 있도록 메모지를 지참하는 습관을 길렀다. 그의 양복 주머니에서 나온 메모지엔 다음 연재분을 위한 구상이 빽빽이 적혀 있었다.
“하룻밤에 단편 한 편을 후딱 쓰던 시절도 있었지만 나이가 드니 작품을 대하는 태도가 신중해진다”는 그는 앞으로 2, 3년에 장편 한 편씩 쓰는 페이스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한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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