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고향인 텍사스는 170년전만 해도 멕시코 땅이었다. 1836년 5월14일 남한의 7배에 달하는 텍사스를 미국에 넘긴 장본인은 멕시코 대통령이던 산타 아나(Santa Anna) 였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허풍쟁이로 통하는 그는 국경 분쟁이 터지자, 미국을 깔보고 ‘워싱턴까지 진격하겠다’며 전쟁을 일으켰다. 그러나 2개월만에 국토의 3분의 1을 빼앗겼다.
최근 정치 파업을 준비중인 현대ㆍ기아자동차 노조집행부의 행태를 보면 멕시코의 실패한 대통령 산타 아나를 연상케 한다. 이 회사 노조는 한미FTA를 반대하는 금속노련 지시에 따라 19~21일 찬반 투표를 실시, 찬성표가 많으면 26일부터 파업을 벌일 계획이다.
현대ㆍ기아차는 최근 총수의 사법처리 문제 및 환율급락에 따른 수출경쟁력 약화 등 내우외환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차 주가는 한때 10만원을 넘보다가 6만원대로 추락했다. 노사가 합심해도 현재의 난관을 돌파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치 파업을 한다면 산타 아나처럼 몰락을 재촉할 뿐이다.
노조 홈페이지에는 “왜 우리가 파업을 해야 하는가”라는 반대의 목소리가 비등하다. 파업을 강행한다면 “이번에도 상급단체 간부직을 꿈꾸는 집행부만이 정치 파업의 수혜자”라는 말이 나올 것이다.
무능한 대통령이 명분 없는 전쟁으로 쫓겨났듯이, 잘못된 파업은 노조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다. ‘파업을 하려면 주가를 2년전 수준으로 올려 놓고 하라’는 소액주주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한미FTA 발효시 미국 관세 인하로 이 회사가 가장 큰 혜택을 보게 된다. 회사의 신성장 동력이 될 호재를 무력화시키겠다는 노조 행태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날려버리는 것과 같다.
조철환 산업부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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