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신문협회(WAN)는 4일 노무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기자들의 정부 부처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고 기자실을 통폐합하기로 한 정부의 방침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WAN의 개빈 오라일리 회장과 세계편집인협회(WEF) 조지 브록 회장은 이날 공개한 1일자 서한에서 “전세계 102개 국가의 1만8,000 회원 매체를 대표해 한국정부의 새로운 규제가 뉴스 보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국제언론인협회(IPI)가 1일 노 대통령에게 공개서한을 보낸 데 이어 WAN의 서한으로 양대 국제언론기구가 모두 정부의 기자실 통폐합방침을 부당한 것으로 규정하고 철회를 촉구한 셈이 됐다.
WAN의 서한은 “새로운 규칙은 기자들이 전자출입증을 얻을 경우에만 정부 사무실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함으로써 기자들이 지정된 브리핑만을 듣거나 지정된 인터뷰 만을 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라면서 “우리는 그런 시스템이 관료들의 정보 공개를 막고, 언론이 일반 시민에게 정보를 알리는 역할을 방해하게 될 것임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WAN은 “노 대통령이 새로운 규제를 철회하고, 언론이 정부의 책임을 묻는, 공인된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취해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오라일리 회장은 이날 남아프리카 공화국 케이프 타운에서 개막한 제 60차 WAN 총회 및 제 14차 WEF 총회 개막연설에서도 아프리카 각국의 언론 탄압사례와 WAN의 활동을 설명한 뒤 “2006년 모스크바 WAN 총회와 2005년 서울 총회에서 각각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에게 언론 자유에 관해 가시 돋힌(Thorny) 말을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두 대통령이 나에게 앞으로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최근 언론인의 암살 의혹 등 언론 자유 침해 문제로 국제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다.
WAN의 래리 킬만 공보국장은 개막식 후 기자와 만나 “나란히 총회를 주최한 두 나라를 언급한 것일 뿐 한국과 러시아의 언론 현실이 똑같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킬만 국장은 그러나 “노 대통령에게 국제기구로서 WAN의 판단기준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었다”면서 “기자실 통폐합과 같은 조치를 언론과의 상의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은 “전세계에 기자실이 하나도 없는데, 그런 점을 언론이 알리지 않고 있다”면서 “국제적 기준에 따라 원칙대로 송고실까지 폐지할 용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WAN측은 “노 대통령으로부터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회답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IPI는 노 대통령에게 “한국 정부가 통폐합조치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11월 세계총회에서 이 문제를 의제로 공식 채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개막식에는 109개국에서 온 1,500여명의 신문사 발행인, 편집인 및 기자가 참석했다.
케이프타운(남아공)=유승우기자 sw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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