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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 천문학 연구모임 소남천문학사연구소/ 天·史들 우주로 通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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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 천문학 연구모임 소남천문학사연구소/ 天·史들 우주로 通하다

입력
2007.06.05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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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에는 일식이 일어나면 임금이 소복을 입었습니다. 가장 불길한 징조 중의 하나였으니까요.”

“이 지도는 특정 지역에서 언제 어느 정도만큼 일식이 진행되는지를 보여줍니다. 2009년 개기일식을 볼 수 있는 곳은 중국의 상하이고 서울에서는 오전 10시45분 최대 식분(蝕分ㆍ 일식이나 월식 때 태양이나 달이 가려진 정도)이 70~80%라는 걸 알 수 있어요. 보통 일식 지도들이 개기일식 지역만 나타내고 있어 직접 프로그래밍한 겁니다.”

“이집트에서 개기일식이 진행됐을 때 관측여행을 떠났습니다. 개기일식을 직접 보니….”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오피스텔. 천문학과 과학교육을 가르치는 교수와 한국천문연구원의 박사, 과학사와 과학철학을 전공한 박사, 그리고 몇몇 대학생들이 모여 역법(歷法)을 공부하고 있다.

지위나 연배를 막론하고 서로 ‘아는 만큼 나누는’ 자리다. 바로 소남천문학사연구소가 매달 갖는 역법 공부 모임이다.

이 연구소는 현대 천문학의 1세대인 고(故) 소남 유경로 서울대 교수의 유지에 따라 2006년 만들어진 고(古)천문학 연구소다. 연구소에 참여하는 인물들의 면면이 “어떻게 이들이 모였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양하다.

윤홍식 전 서울대 교수, 고등과학원의 박창범 교수, 유성호 충북대 물리학과 교수, 한국천문연구원의 안영숙 임인성 양홍진 민병희 이동주 박사, 충북대 천문우주학과 이용삼 교수, 과학교육을 가르치는 이면우(춘천교대) 이용복(서울교대) 교수, 서울대 국사학과 문중양 교수, 서울대 규장각 학예사인 박권수 박사, 그리고 서울대 과학사 및 과학철학협동과정의 전용훈 남경욱씨 등이다.

크게는 천문학과 과학사라는 두 갈래인데, 양쪽에서 모두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고천문에 관심을 둔 사람들이 합류하게 됐다. 이들은 ‘천문학계의 독립군’처럼 여느 천문학자나 역사학자가 하지 않는 일을 하곤 했다.

천상열차분야지도의 별자리를 동정(同定ㆍ위치 등을 확인)하고(박창범 교수), 퇴계 이황의 지시로 만들어진 천체투영기인 혼상(渾象)을 복원하거나(이용삼 교수), 선사시대 고인돌에 새겨진 별자리를 찾아 다녔다(양홍진 박사).

조선시대 행성의 운동을 체계화한 칠정산(안영숙 박사), 우주생성의 근본철학인 상수학(박권수 박사) 등이 그들의 연구주제였다.

“유경로 선생은 4세에 천자문을 떼는 등 한자에 밝았고 미국 로웰천문대, 아리조나대 등에서 현대 천문학을 습득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는 천문학에 대해서는 정규 천문학과가 관심을 갖지 않아 안타까워하셨죠.” 고 유경로 교수의 서울대 물리교육과 제자인 윤홍식 교수는 스승의 유언에 따라 연구소를 설립하고 소장을 맡고 있다.

박창범 교수는 “고천문학은 우리나라 천문학의 역사를 50년이 아니라 2000년으로 연장하는 일”이라고 중요성을 역설한다. 그에 따르면 고천문학은 일식이나 혜성출현 등 우리 역사기록 속의 천문현상을 통해 현대 천문학적 연구를 할 수도 있고, 고대의 천문학이나 천문관련 문화가 어떻게 발달해 왔는지를 연구할 수도 있다.

역사학자들이 과거를 복원할 때도 천문기록은 유용하다. 그는 “서구에서 연구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방대한 고천문학 자료를 우리마저 소홀히 하고 있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이 적고, 한자와 천문학적 계산법에 모두 통달해야 한다는 점은 발전에 한계가 되고 있다. 박 교수는 “앞으로 20년 동안 2명의 고천문학자만 양성해도 다행”이란다.

그러나 이날 역법 모임에는 유경로 선생의 외손자 이광호(서울대 물리천문학부 4년)씨와 박 교수의 아들인 박현배(서울대 물리천문학부 3년)씨가 친구와 후배들을 이끌고 역법 공부에 합류했다. 연구의 맥은 이미 핏줄 속에 흐르고 있는지 모른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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