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이라크 자이툰 부대에서 숨진 오모(27) 중위는 자신의 소총을 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판명됐다. 하지만 부대원이 감축돼 두 가지 보직을 떠맡고 힘들어 했던 점 등 파병지 특수성이 자살 동기로 작용한 것으로 드러나 순직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예상된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4일 자이툰 사건 현장 조사 결과, ▦외부 침입이나 격투 흔적이 없었으며 ▦K-2 소총에서 오 중위의 지문이 발견됐고 ▦뜯겨진 탄창 봉인지에서 오 중위의 지문이, 오 중위의 오른쪽 손바닥에서 직접 총기 발사 때 발견되는 화약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또 부검에서 타살로 볼만한 상처가 없었고, 왼쪽 턱 밑 가까이 대고 쏜 총기 화상 흔적이 뚜렷해 ‘접사에 의한 두부(頭部) 관통 총상사(銃傷死)’로 숨진 것으로 결론지었다.
국방부는 자살 동기에 대해 “사망과 관련한 직접적인 내용을 확인하지는 못했으나 일기와 최근 언행에서 현지의 병사와 군의관(대위)을 통제하면서 갈등을 빚었고, 특히 중대장과 의무행정장교를 겸직하며 적잖은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자이툰 의무중대는 최근 장교가 6명이나 줄어 오 중위의 보직이 파병 이후 처음 겸직 상태가 됐다.
육군은 “자살의 경우 훈장을 받을 정도의 뚜렷한 공적이 없다면 순직으로 처리하기 어렵다”며 “따라서 부대장으로 장례식을 치를 수도, 국립묘지에 안장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족은 “오 중위가 해외 파병지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업무로 고민하다가 숨졌다”며 순직 처리와 국립묘지 안장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범수 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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