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 6월 19일 국내 원자력 시대의 막을 연 고리원전 1호기가 곧 '30년 수명'이 다해 9일부터 가동 중단된다. 연장 운용으로 갈지, 곧바로 폐쇄 단계로 갈지는 우선 연말에 나올 과학기술부 산하 원자력안전기술원의 안전성 평가 결과에 달려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법적 절차가 그렇다는 것일 뿐, 다른 모든 원전 관련 사업과 마찬가지로 실제로는 현지 주민이나 환경단체의 반대운동과 그에 대한 국민 다수의 동조 여부가 열쇠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벌써 무성해진 현지의 반대운동이 눈길을 끄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고리 1호기의 운용 주체인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30년 수명'은 도입 당시 관련법이 없어 일본의 예에 따라 임의로 설정됐을 뿐, 모델인 미국 원자로의 '설계 수명'은 40년이다.
또 초기 운용기술의 미비로 1990년 이전까지 연평균 6.6건이던 고장이 90년대에는 1.6건, 2000년대 들어서는 0.3건으로 급감한 데서 보듯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현지 주민의 '원자력 안전 불안'은 어떤 논리나 과학적 설명으로도 완전하게 풀리지는 않는다. 그래서 안전성 평가 통과를 위한 시설 보수나 설비 교체도 중요하지만, 주민의 의문에 솔직하고 성의 있게 답하고, 심리적 부담을 국민 모두와 나누어 지려는 자세가 더욱 중요하다.
고리 1호기를 폐쇄하면 그만이라는 자세도 문제다. 폐쇄 주장에 내포된 완전 해체의 구체적 모습을 떠올리기 어렵다. 해체에 필연적으로 따르는 대량의 고준위 폐기물 처리 방안이 완전한 백지 상태여서 더욱 그렇다.
고리 1호기 시설 전체를 폐기물로 남긴다고 주민 불안이 덜어지진 않는다. 폐쇄 후의 발전 공백을 메울 대체 설비나 에너지 절감 방안도 확정된 게 없다.
이 기회에 '계속 운용_폐기'만이 아니라 폐기물 처리장이나 원자력 정책 전반에 대한 국민적 논의를 통해 애매모호한 관련 정책을 분명하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대선 예비주자들이 독자적 비전에 근거해 공약으로 내걸 수 있다면 가장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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