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장편으로 큰 상을 탔다. 소설은 도발적이지만 극히 현실적이다. 이 소설을 보고 점잖지 못하다고 하면 그건 위선의 다른 말이다.
애인을 두고 언제든 사서 갈아 바꿀 수 있는 기성복 취급하는 세 여인. 이들은 바람 피우는 애인의 연인 앞에서 흥분하지 않고 쿨함을 유지하는 정도를 넘어 선다. 애인을 기성복 취급하는 건 물론 회사를 차려 동업까지 한다. 남자 때문에 싸우는 등의 일은 시대착오적이다. 사랑은 더 이상 운명이 아니라 취향의 문제다.
제31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걸 프렌즈> 는 ‘피겨 스케이팅 같은 현란한 키스 솜씨를 가진 한 남자’를 사랑하는 세 여자 이야기다. 신예 이홍(29ㆍ사진)의 소설에서 이 사랑은 세 여자를 전혀 고통스럽게 하지 않는다. 같은 취향의 대상으로서 한 남자를 공유할 뿐이다. 그 공유의 차원은 심리의 수준을 비웃는다. 그녀들은 자신들이 한 남자에 대해 비슷한 취향을 공유한 여자일 뿐이라고 당당히 주장한다. 걸 프렌즈 클럽을 만드는 이 ‘자매들’은 한 남자는 물론, 아이를 함께 키울 수도 있다고까지 생각한다. 걸>
대중 문화의 상징물들이 빈번히 등장한다. 소설의 배경은 커피 전문점, 패밀리 레스토랑, 화장품 가게 등 문화적 이미지만 남은 후기 자본주의적 공간이다.
심사위원단은 “경쾌한 터치로 21세기의 새로운 연애 모럴을 재기 발랄하고도 능청스럽게 형상화했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심사에 참여한 평론가 김연수씨는 “이 소설은 요즘 한국 소설이 간절히 바라는 소통의 문제를 성취했다”며 “깊이를 포기한 소통이라는 점은 불만”이라고 밝혔다. 평론가 정미경씨는 “이 시대의 독자들과 이 작품의 도발적이고도 끈끈한 매혹을 같이 맛보고 싶다”고 했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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