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장성희의 막전막후] 고양이는 왜 혼자 다닐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장성희의 막전막후] 고양이는 왜 혼자 다닐까?

입력
2007.06.05 00:13
0 0

어린이 연극은 왜 구태의연해지는가?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과 어른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를 찾다 보니 두루뭉술한 소재와 주제를 답습하게 된다.

그러나 연극 제작 과정에서 구태의연을 벗어나 극양식상 새로운 길을 모색해볼 수 있다. 어린이 연극 전문극단 중 교육극단 사다리는 그간 언어와 교훈에 갇힌 어린이 연극으로부터 아동극을 구출하고자 노력해왔다. 또 해외극단과의 교류를 통해 어린이 연극현장에 새로운 창작 방법론과 서사 틀을 꾸준히 모색 중이다.

지금 공연 중인 <고양이는 왜 혼자 다닐까?> 는 분단현실의 알레고리였던 1997년 <징검다리> (캐서린 피스 연출, 피터 윙클러 음악) 이래 호주 REM극단과 함께 제작한 음악극이다.

<정글북> 으로 알려진 키플링의 단편을 각색한 이 연극은 개, 말, 소 등 길들여진 동물에 비해 덜 길들여진 인간과 고양이의 관계에 대한 얘기에서 출발한다.

혈거생활과 사냥, 목축의 기원에 이르기까지 원시 인류의 삶을 신화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확장에는 음악을 주술적으로 사용한 효과가 컸다. 아라비아, 인도, 남미 등의 전통악기를 사용하고 호주 원주민에게서 영감 받은 듯한 구음을 활용함으로써 야생과 원시 세계를 아름답게 아우른다.

원작에 담긴 언약의 상속, 구제와 해방에 관한 기독교적 사고 틀이 키플링 당대엔 제국주의자와 식민지인 사이의 계약과 이행으로 읽힐 법한 여지가 있지만 오늘날 이 우화는 지구가 직면한 환경 문제 속에서 새로운 질문을 낳는다.

인간은 다른 생명과 맺은 약속을 얼마나 잘 지키고 있는가? 인간과 자연 사이의 ‘돌봄’과 ‘섬김’의 신성한 약속은 오늘날 인간의 일방적인 착취와 강탈로 파기된 지 오래다.

외국인 연출가와의 협업에서 드러나는 아쉬운 점은 대개 대사를 전달하는 화술의 문제다. 번역 투를 허용하면서 연극은 문어와 구어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운율과 리듬을 존중한 노랫말에도 불구하고 우리말의 아름다움이 충분히 느껴지지 않는다. 우리 정서가 연극을 주관하지 못하면 문화적 이질감을 떨치기 힘들다. 어린이 연극이기에 더욱 민감해지는 부분이다.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17일까지.

극작ㆍ평론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