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우 씨와 어깨를 겨룬다고 하니 친구들이 제게 ‘신분 상승했다’고 하던데요.”
언중유골이다. 그러나 정성화(32)의 말이 한낱 농담으로 들리지는 않는다. 뮤지컬계의 최고 스타 조승우와 함께 <맨 오브 라만차> (8월 3일~9월 2일, LG아트센터)의 주인공 돈키호테 역을 맡았으니 오죽 주변의 비교가 많았으랴. 남들은 출세했다는 투로 말하지만 그는 별달리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한다.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할 뿐이죠. 저만의 돈키호테를 보여줄 겁니다.” 맨>
한번 더 짓궂은 질문을 던졌다. 공연 예매가 시작하자마자 조승우가 출연하는 공연은 15분 만에 1만6,000장이나 판매됐다는 소식을 듣고 어땠냐고. “기사의 댓글 가운데 ‘정성화 파이팅!’이란 글을 봤는데 기분이 좋던데요. 제가 공연할 때 객석의 반 밖에 차지 않더라도 관객을 매료시킬 자신은 있어요.”
그의 자신감은 근거가 없지 않다. 애초 그는 돈키호테가 아닌 산초 역을 제의 받았다. “재작년 <돈키호테> 를 관람할 때 김성기 선배님의 연기를 보고 저도 돈키호테 역을 해보고 싶단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이 참에 돈키호테 역할을 시켜달라고 한 거죠.” 그는 결국 오디션을 봐야 했고, 돈키호테 역에 대한 그의 열정은 제작진을 설득시켰다. 돈키호테>
자신감이 충만하던 그도 “역시 조승우가 낫더라”는 소리를 들을까 걱정이라며 너스레를 떤다. 어느 인터뷰에서 “관객이 조승우를 보러 갔다가 정성화 팬이 돼 돌아올까 걱정”이라고 한 조승우의 말에 대한 재치 있는 답변이다.
그의 위트에서 짐작할 수 있듯, 정성화는 개그맨 출신이다. 개그 보다 드라마 <카이스트> 로 얼굴을 알린 후 2004년 <아이 러브 유> 를 통해 본격적으로 뮤지컬에 뛰어들었다. “2년간 남경주 선배와 함께 공연하면서 뮤지컬 연기에 대해 많이 배웠고 뮤지컬에 대한 매력을 알게 되었어요.” <아이 러브 유> 는 30만명이 넘는 관객을 모으며 대성공을 거두었고, 정성화 역시 ‘뮤지컬 배우’로서 관객에게 확실한 눈 도장을 찍었다. 아이> 아이> 카이스트>
이후 지난해 <컨페션> 을 통해 뮤지컬에서 첫 주연을 맡았으며 올해는 <올 슉 업> 에서 소심한 로맨티스트 데니스 역을 맡아 ‘주인공보다 정성화가 더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으며 승승장구 중이다. 올> 컨페션>
그는 관객이 배우보다 작품을 보러 와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번 공연에서도 ‘커튼 콜 때 보니 정성화가 주인공이었네’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 분장을 두껍게 해야 할까 봐요.”
편안한 외모와 개그맨 경력 때문인지 코믹한 역할이 많이 들어온다는 그는 앞으로 <레 미제라블> 의 자베르 경감이나 지독한 악역을 맡고 싶다고 한다. 또 기회가 닿으면 <프로듀서스> 와 같은 화려하고 멋진 코미디 작품을 직접 연출해 보고 싶은 꿈도 있단다. 목표를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는 그의 모습에서 절로 돈키호테를 떠올리게 된다. 프로듀서스> 레>
김회경기자 hermes@hk.co.kr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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